로마 제국은 하루아침에 망하지 않았다. 로마 멸망의 가장 유력하고 신빙성 있는 근거는 경제 침체 때문이다. 로마의 경제침체 원인의 핵심은 노동력 감소다. ‘로마제국 쇠망사’를 쓴 에드워드 기번은 로마제국이 멸망한 원인을 출산 감소로 인한 노동력 저하 때문이라 분석했다.

로마 제국은 제국 확장이 중단되면서 값싼 노동력의 노예 공급이 점차 줄어들었다. 이는 생산 인구 감소로 이어져 복지에 들어갈 재원 마련을 어렵게 했다. 이에 비해 대제국이 형성된 때의 로마에는 지배그룹을 중심으로 출산 기피 풍조가 확산하기 시작했다.

번성기 로마는 인구 대국이었다. 제국의 위력은 인구에 있다고 한 것처럼 로마의 황금기인 클라우디우스 황제 때는 인구가 1억2000만 명을 넘었다. 우리나라 60~70년대 산업화 시대처럼 다자녀 가정이 많았다. 심지어 10명 이상의 아이를 가진 가정도 흔했다고 한다.

당시 로마는 출산 저하가 곧 국력의 저하라는 것을 인식하고 로마제국 최초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미혼 여성에게 독신세를 매기기까지 했다. 지금 우리나라 정책처럼 공무원 채용 때 동일 능력을 가진 경우 다자녀 가구 출신에게 우선 취업 기회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로마는 대제국이 건설되고 경제 성장을 이루자 복지가 강화되면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것처럼 귀족 집단을 비롯해 중산층에 출산 기피현상이 확산하기 시작했다. 이런 때에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이 휩쓸면서 로마 제국은 서서히 몰락하기 시작했다.

통계청의 인구 통계에 의하면 경북은 물론 우리나라 출산율 감소가 로마 말기 때와 비슷하다. 지난 2012년 2만4635명이던 경북의 한해 신생아 수가 지난해에는 1만4490명으로 41.2%나 줄었다. 경북의 인구는 1982년 317만6591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말 266만5836명으로 줄었다. 51만 명, 포항시 인구만 한 수가 줄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인구다”라고 해야겠다. 국가 흥망이 청년에 달린 것이다. ‘경쟁적 자본주의가 최고의 피임약’이란 말처럼 미래가 없는 청년이 아이를 낳을 수 없다. 연공서열보다 청년 세대에 기회균등의 안정적 취업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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