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경북·대구(TK)에서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주택과 토지 등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가격과 소비자물가가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실물경제도 급격하게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심각한 경제 위기 상황을 반증한다. 지방 자치단체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정부가 지역의 대표 산업에 대해 국가 기간산업에 준하는 지원을 해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북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로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낮았다. 지난해 8~11월 4개월 내림세를 보인 경북 물가는 5개월 만에 재차 하락세로 전환했다. 대구도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슬률이 -0.3%였다. 대구 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8월(-0.1%) 후 처음이다. 또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경북과 대구의 주택매매가격지수가 하락하고 있다. 경북은 지난달 0.09%, 대구는 0.12% 하락했다. 대구는 2017년 5월 이후 처음으로 뒷걸음쳤다. 이처럼 경북과 대구지역은 소비자물가와 자산 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징후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전국 확진자의 76%가 나온 경북과 대구는 주력산업까지 흔들리고 있다. 경북과 대구지역의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지난 3월 중순부터 미국과 인도, 멕시코 등 해외 공장과 일부 국내 라인을 멈춰 세우는 바람에 덩달아 공장 가동을 멈춰야 했다. 이들 지역 업체 대부분은 매출이 반 토막 나 일부 업체는 도산 위기에 처해있다.

경북의 중추 도시인 포항은 포스코의 매출 감소세로 비상이 걸렸다. 포스코는 올해 그룹 전체 1분기 영업이익이 705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2029억 원보다 41.4% 줄었고, 당기순이익도 4347억 원으로 44.2%나 줄었다. 코로나19의 펜데믹으로 자동차와 건설 등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영업 감소는 포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상당 기간 침체 국면을 맞을 것이다.

구미국가간업단지의 경우도 올해 1월~3월까지 누적 취업자 수가 1만338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4843명보다 9.8% 감소했다. 단지의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근로자가 크게 감소한 것이다.

대구도 코로나19의 집중 피해를 입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이렇다 할 경제 회생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대구염색산업단지 입주 기업들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보다 더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일부 기업은 직원의 월급을 70%만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력 산업 중 하나인 안경업계도 주문량이 줄어 대부분 조업을 중단한 상태다. 해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제조사개발생산(ODM) 비중이 높은데 해외 주문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TK지역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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