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화학과 박문정 교수(왼쪽), 김보람씨 연구팀.
커피나 코코아, 콜라, 초콜릿 등의 기호식품 등에 흔히 들어 있는 카페인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정신을 각성시키고 피로를 줄이는 등의 효과가 있다.

이런 카페인으로 고속충전이 가능한 리튬전지를 만들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성과가 나왔다.

최근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 연구팀이 카페인산을 합성한 양극재로 전고체상 리튬전지를 개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포스텍 화학과 박문정 교수, 김보람씨 연구팀이 카페인산(caffeic acid)을 원료로 해 합성한 P4VC(polyvinyl catechol) 고분자를 양극재로 사용해 자연 친화적인 리튬유기전지를 개발했다. 또한, 리튬이온만 선택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고분자 나노입자를 전해질로 사용해 고속 충전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연구성과는 에너지·화학 분야의 권위있는 학술지인 ‘켐서스켐(ChemSusChem)’ 최신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용량이 작다’, ‘수명이 짧다’, ‘충전 속도가 느리다’ 지속적인 연구에도 불구하고 리튬유기전지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다. 이런 이유로 독성을 가진 전이금속 양극재를 대체할 수 있는 유기양극재에 대한 기대는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과연, 환경친화적이면서, 향상된 에너지 밀도, 긴 전지 수명, 빠른 충전, 안전한 구동을 보장하는 차세대 전지는 가능할까
개념도
리튬이온 전지는 전해질에 음극과 양극을 담근 구조를 하고 있다. 리튬 이온이 전해질을 이동해 양극에서 음극으로 충전되고, 음극에서 양극으로 방전되는 과정이 반복된다. 즉 전해질은 리튬 이온이 이동할 수 있는 성질을 가진 물질인 셈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리튬 이온 전지는 전이금속 양극재와 액체 유기 화합물을 전해질로 사용하고 있다. 전이금속은 원가가 비쌀 뿐만 아니라 독성이 있고, 액체 전해질은 가연성이므로 배터리의 온도가 상승하면 화재나 폭발의 위험이 있다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카페인산을 원료로 합성한 P4VC 고분자를 리튬 이온 전지의 양극으로 사용하고, 액체 전해질을 대신해 고체인 단일 이온 전도성 고분자 나노입자를 전해질로 사용했다.

P4VC 고분자 양극재는 3볼트(V) 이상의 높은 환원전압을 보였으며, 현재 상용화된 전이금속 기반 양극재의 가역용량보다 2배 이상 높은, 단위 질량당 352밀리암페어(mAh)의 높은 방전 용량을 보였다. 특히 커피에서 쉽게 추출할 수 있는 카페인산을 양극재의 원료로 사용해 친환경적이라는 강점이 있다.

또 액체 전해질을 고체 상태의 단일 이온 고분자 나노입자 전해질로 대체함으로써 내열성을 높였다. 90도의 고온에서도 동작 가능하며, 우주와 같은 진공상태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10분 충전을 통해 100mAh g-1 이상의 높은 용량을 얻었고, 500사이클 이상의 연속적인 충방전 동안에도 그 용량이 전혀 감소하지 않는 안정성을 입증함으로써, 1년 이상 사용해도 성능이 감소하지 않는 휴대폰 배터리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이는 전체가 고체상태(All-Solid-State)이며, 친환경적이며, 고속 충방전이 가능하며, 수명도 길어진 리튬유기전기 개발의 첫 번째 성공사례이다.

교신저자로연구를 주도한 박문정 교수는 “제가 매일 마시는 커피를 원재료로 해, 모든 물질이 고체로 이루어진 리튬유기전지를 만들고 동시에 높은 용량과 고속 충전 특성을 이끌어낸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며 “리튬전지는 용량이 작고, 수명이 짧다는 통념을 뒤엎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기초연구사업(단일이온수송 고분자 기반 차세대 전해질 소재 개발), 미래소재디스커버리지원(하이퍼 이온 이송 채널 소재의 합성 및 구조화 기술), 집단연구지원(혼성계면 화학구조 연구센터)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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