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 케인 변호사
하윤 케인 변호사

카다시안 가족의 생활을 담은 리얼리티 쇼 ‘4차원 가족 카다시안 따라잡기 (Keeping Up With The Kardashians)’로 할리우드 내 입지를 다진 킴 카다시안은 유명세를 백분 활용해 사업을 확장하는 리얼리티 스타다. 그녀는 리얼리티 쇼로 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화장품 회사를 설립하거나 자매들과 의류 회사를 런칭하는 등 다방면으로 카다시안 제국을 건설하고 있다. 막강한 소셜 미디어 팔로워를 거느리는 그녀는 인스타그램 홍보 게시물 하나 당 2만 달러에 육박하는 비용을 받으며 새로운 미디어 시대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꾸준히 방송에서 자신의 몸매 비결이 보정 속옷임을 강조하던 그녀는 2019년 7월, 자신의 보정 속옷 브랜드를 런칭한다고 발표한다. 스팽스가 독보적인 선두를 지키던 보정 속옷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시작하는 사업마다 승승장구하는 듯 보이던 킴 카다시안이 이번엔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된다.

브랜드 이름 키모노(Kimono)가 논란이 된 것이다. 일본인도 아니고 일본과 관련 있는 제품을 파는 것도 아닌 브랜드가 일본 전통의상 기모노를 함부로 가져다 쓰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이유였다.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등 각종 소셜 미디어에 킴 카다시안의 브랜드명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으로 가득했으며 일본 교토 시 시장은 그녀에게 키모노의 상표 등록을 취소해달라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소셜 미디어계의 여왕답게 그녀는 재빨리 답을 내놓았다. 브랜드 이름을 수정하고 런칭 시기를 7월에서 9월로 조정한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브랜드 이름은 스킴스(SKIMS). 여전히 킴의 이름을 사용하지만 문화적으로 문제될 소지가 없는 이름이었다. 2018년 4월에 접수된 KIMONO 상표 신청서는 2019년 8월에 취소되었다.

다른 문화의 특징이나 전통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한 사람이 킴 카다시안 밖에 없을까? 킴 카다시안의 유명세로 키모노 케이스가 대단히 비윤리적인 행위처럼 부각되긴 했지만 서구 패션계에서 다른 문화의 전통을 차용하는 것은 오래된 일이다. 디자이너의 영감으로 포장되어오던 문화 차용은 최근 문화적 다양성의 존중이나 패션윤리가 중요시되며 패션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동아프리카 마사이족의 전통 의상과 직물 패턴은 수많은 서구 디자이너들이 제품 디자인에 사용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랜드로버, 루이비통 등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마사이족 문화에 직접적으로 영향받은 제품을 내놨다. 보색을 대담하게 이용하는 화려하고 경쾌한 마사이족의 의복 무늬는 명품 브랜드의 명성과 만나 어마어마한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들어냈다. 문제는 마사이족이 이에 대해 법적으로 아무런 권리를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사이 부족이 라이선스권을 갖는다면 10억 달러 이상을 받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80% 이상의 부족민이 빈곤층인 마사이족의 경제문제를 단박에 해결할 수 있는 액수다. 늦었지만 마사이족은 지식재산권 등록으로 자신들의 전통에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비슷한 상표가 이미 등록되어 있는지, 소유권자를 누구로 등록할지 등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직도 많다.

다른 나라의 문화 자원이라고 해서 상표 등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KIMONO의 경우 중국 회사가 의류 제품에 상표등록을 했으며 펜 케이스에 KIMONO를 등록한 회사도 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KIMONO라고 명명한 회사도 있으니 절차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회사가 한복을 상표 등록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한국과 무관한 미국 패션 디자이너가 자신의 컬렉션을 한복으로 구사한다면 그것을 문화 차용으로 볼지, 한류의 긍정적인 영향으로 이해할지 생각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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