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근 미래통합당 지지율이 19%로 나타났다. 100명이 넘는 국회의원이 소속된 당이 이 정도 지지율 수치면 당 자체의 존립이 걸린 문제다. 국민의 관심이 밑바닥으로 가라앉았다는 표시다. 왜 이런 지지율이 나타나고 있는가. 4·15 총선에서 41%의 지지를 받고도 괴멸적 참패를 당한 이 당이 20여 일이 지난 지금까지 보여주고 있는 행태를 보면 이유를 알 수가 있다.

이 당은 미래 수권을 위한 정당의 모습이 아니다. 단지 정치인들의 ‘계 모임’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개개인은 국회의원이라는 각종 특혜에다 명예와 많은 비서를 거느리고 1억 원이 넘는 고액 연봉을 받는 ‘신이 내린 직장인’이라는데 안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가의 앞날을 걱정하고 분열된 국민의 마음을 아우르고 집권층의 잘못된 정책을 올바로 잡을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단지 앞으로 있을 각종 자리를 두고 제 욕심 차리기에 바쁠 뿐 당의 진로에 대한 고뇌는 없어 보인다. 2년 후 있을 대선에 대비한 수권정당의 모습은 어디를 보아도 찾을 수가 없다. 불임(不姙) 정당이라고 해도 별반 틀리지 않을 듯하다. 이런 당에 선거 참패에 대한 반성이나 절박함을 기대한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에 불과하다. 그래서 국민은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고 하나 둘 떠나는 것이다.

8일 있을 원내대표 경선을 두고도 이슈가 기껏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에 대한 찬반 주장이 엊그제까지 대세를 이루었다. 어쩌다 당의 모습이 이렇게 폭과 격이 떨어졌나. 김종인 비대위 내정자가 차기 대선후보의 자격을 ‘40대에 경제통’이라고 섣불리 밝히는 바람에 오래전에 평가가 끝난 전직 대선 후보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 “이번엔 내 차례”라며 반기를 든 사실을 보아서도 이 당의 현주소를 알 수가 있다. 중진들의 사고가 이런 수준에 있으니 국민이 외면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오는 10일이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4년 차로 접어든다. 차기 대선일도 2년이 채 되지 않는다. 요즘 이 당에서 나오는 차기대선 주자 담론은 “내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절망적인 소리뿐이다. 지금 당이 처한 상태가 어떠한 것인지 자각의 모습은 없다. 자각을 해야만 혁신을 하든 과거와 단절을 하든 미래에 대한 당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정체성을 찾아볼 수 없는 현실이 이 당의 현주소다. 정체성이 없는 당에 목줄을 걸고 문재인 정권의 좌파 독주 노선을 저지하고 2년 후 정권교체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겠는가.

요즘 일부 보수 우파 인사들은 차라리 통합당이 해체되고 통합당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통합당에 흡수되지 않고 새 야당의 주류로 생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죽하면 이런 역발상을 했겠는가. 이들은 미래한국당이 독자 생성되면 미래통합당 내부에서도 역으로 미래한국당으로 호응하는 인사들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특히 당내 투쟁에서 소외된 인사들과 이번 총선에서 기회를 잡지 못한 지도자급 인사들, 역대 보수정권에서 고위 공직을 지냈거나 보수우파에 우호적인 재야인사들이 새 야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 내정자가 밝힌 당을 이끌고 나갈 ‘40대 기수’의 참신한 인물이 탄생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1970년 44세의 신민당 국회의원 김영삼이 다음 해 있을 대통령 선거 후보 지명전에 ‘40대 기수론’을 들고나와 대한민국 정치판을 흔들어 놓았다. 당시 67세의 노정객 유진산 총재의 눈에는 40대 젊은이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는 것이 ‘젖 냄새 나는 아기’로 보였을까, 구상유취(口尙乳臭)라며 일언지하로 깎아내렸으나 같은 당의 김대중(45), 이철승(48)이 ‘40대 기수론’에 합류하면서 71년 신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은 이들의 3파전으로 치러졌다.

4·15총선 후 2022년 대선에는 야당 대통령 후보의 조건과 자격은 40대에서 시작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래통합당이 되든 미래한국당이든 차기 대선에서 40대 후보를 낼 경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비슷한 젊은 세대 후보로 맞불을 놓을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했다. 이번 총선에서 통합당이 충격적인 참패를 겪고 쓰러진 모습을 보면 이 말을 실감한다. 각종 경고음이 들렸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잘못된 식습관을 고치지 않고 ‘나는 건강하다’며 허풍을 떨다가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병원 신세를 진 뒤 가슴을 치며 후회하는 어느 병자의 모습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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