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도 인간과 똑같은 감정이 있다. 그들도 우리와 함께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시튼 동물기’를 쓴 시튼의 말이다. 국보 270호 ‘청자모자원숭이모양 연적’엔 어미 원숭이가 새끼를 포근히 품에 안은 모습을 하고 있다. 새끼 원숭이가 죽으면 어미 원숭이는 몇 날 며칠 동안 새끼 사체를 끌어안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할 정도로 모성애가 강하다.

창자가 끊어질 듯한 슬픔을 일컫는 ‘단장(斷腸)’도 원숭이의 지극한 모성애에서 유래됐다. 어미 원숭이가 사람에게 붙잡혀 배에 실려 가는 새끼를 쫓아 백여리를 슬피 울면서 뒤따라 오다 지쳐 죽었다. 죽은 어미의 배를 갈라 보았더니 너무나 애통한 나머지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었다.

어미 연어는 새끼를 낳으면 자리를 뜨지 않는다. 갓 부화 된 새끼들이 먹이를 찾을 줄 모르기 때문이다. 어미는 살을 베는 고통을 참아 내면서 자신의 살을 새끼들이 쪼아먹게 해 자라도록 한다. 새끼들은 어미의 살을 쪼아먹으며 성장하지만 어미는 결국 뼈만 남은 채 서서히 죽어간다. 참으로 지고한 ‘살신모정’이다.

영어로 ‘까마귀 고기를 먹는다(Eat Crow)’하면 ‘울며 겨자 먹기’로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것을 뜻한다. 까마귀는 겉은 검지만 속은 어떤 새보다도 희다. 까마귀는 그 생김새 때문에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지만 효심이 지극한 새다. 어미 까마귀가 나이가 들어 나들이를 못하게 되면 다 자란 새끼 까마귀가 먹을 것을 날라다 어미를 봉양한다. 이처럼 자식이 어버이의 은혜에 보은하는 ‘반포지효(反哺之孝)’는 까마귀의 효심에서 비롯된 말이다.

가물치는 알을 낳은 후 바로 절명하게 돼 앞을 못 보게 된다. 그 때문에 먹이를 찾아 나설 수 없어 배고픔을 참아야 한다. 이 때 알에서 부화 돼 나온 수천 마리 새끼들이 어미가 굶어 죽지 않도록 한 마리 씩 자진해 어미 입으로 들어가 어미의 굶주린 배를 채워주며 어미의 생명을 연장시켜 준다. 새끼들의 희생으로 어미가 기사회생, 눈을 뜰 때쯤이면 남은 새끼는 10%도 안 된다.

100세 시대, 장수 부모들이 늘어나면서 자식들의 효심이 더욱 간절하다. 가물치의 살신효심이 어버이날을 숙연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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