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덕분에 누려본 '강제적 워라벨' 종식 이후에도 지속될까

대구 동구 금호강 동촌 둔치에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만개한 개나리를 보며 봄기운을 만끽하고 있다.경북일보DB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바꿔놓은 가장 큰 사회적 변화는 일상생활에서 사람 간 만남을 줄이는 것이다.

지난 3일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생활 속 거리 두기로 다소 완화(6일부터)하기는 했지만, 코로나19 확산 초기 여러 기관을 비롯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개인은 재택근무, 거래처 방문 자제 및 회식과 모임 취소 등 모든 사회적 활동을 중단했다.

여기에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 등 아이들의 개학도 늦춰지면서 자연스레 집에서 가족과 함께한 시간이 늘었다.

많은 가정이 코로나 19로 인해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워라벨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현재 경험하는 워라벨은 코로나19로 인한 ‘강제적인 워라벨’에 가깝다.

실제 길어지고 있는 방학으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 좋아하면서도 계속된 육아와 제한된 생활에 지친 사람도 늘고 있다. 맞벌이 부부는 더욱 그렇다.

이렇게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불안함 속 강제적인 워라벨이 계속될 전망이지만 이번에 코로나 19로 경험한 워라벨 경험은 백신 개발 후 정상으로 돌아온 사회 시스템에서 지속할 가능성 또한 보인다.

구미에 사는 A 씨 부부는 6살 여자아이가 있다.

지난 2월 말 봄 방학 시작 후 코로나 19가 확산하며 유치원 개학이 미뤄지면서 A 씨 부인은 집에서 아이 교육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유치원 과제 등으로 한정된 교육은 시간이 지나면서 시간표에 의한 체계적인 교육으로 바뀌었다.

엄마가 교육 담당이면 아이랑 노는 것은 아빠 담당이다.

직장인으로 일주일에 2~3일 회식을 하며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늦었던 아빠는 코로나19 이후 바로 귀가해 아이와 놀고 있다.

처음에는 지치고 아이와 교감이 쉽지 않아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가 품에 안기는 시간이 늘면서 A 씨의 행복한 웃음도 늘고 있다.

A 씨 부인은 “무엇보다 아빠가 일찍 집에 오니 아이가 너무 좋아하고 아이에 관한 대화부터 각자 집안, 일까지 부부의 대화가 많아지면서 서로 이해하는 부분 또한 늘었다”며“현재 유치원 개학일정이 나오고 있지만 개학해도 당분간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지금처럼 집에서 아이 교육을 하는 것을 상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10살, 9살, 5살 아이를 둔 B 씨는 코로나 19 이후 아이 교육과 육아를 책임지고 있다.

공인중개업을 하던 B 씨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손님 발길이 끊어지고 아이들의 초등학교 개학 또한 미뤄지면서 집안일을 맡기로 했다. 세 명의 아이를 보는 것이 힘에 부칠 때가 많지만 큰딸 도움이 있어 잠시나마 쉴 시간은 있다.

생계는 인터넷 쇼핑몰을 하는 부인이 책임지다시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대출을 받아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아이들과 한 번씩 캠핑을 떠난 이외에는 시간을 많이 함께하지 못했다는 B 씨는 이제 초등학교 2학년, 3학년 아들, 딸의 온라인 수업 챙기기는 물론 개선 사항까지 지적하는 수준까지 됐다. 코로나19 이후에도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아내에게 미뤄왔던 육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B 씨는 “2학년은 앱으로, 3학년은 원격 수업에 앱까지 학년별로 출석 시스템이 달라 아이가 많은 가정에서 혼란이 있다”며“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고 사회가 정상적인 시스템으로 돌아와 다시 일을 시작하더라도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려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