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정치경제부장
이종욱 정치경제부장

20여 년 동안 취재 기자로 일하면서 각종 화재나 안전사고 등 거의 모든 사고 현장에서 느꼈던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설마’라는 단어로 집약된다.

그러다 보니 대형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거의 빠지지 않는 말이 ‘인재(人災)’다. 사람이 만든 재난이란 뜻이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산불 원인 중 입산자 실화 98건·담뱃불 실화 39건·성묘객 실화 9건·어린이 불장난 1건 등 147건에 이르며, 논두렁 또는 쓰레기 소각 90건을 포함하면 237건으로 전체 450건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160건을 보태면 사실상 90% 가까이가 인재(人災)라는 의미다.

최근 발생한 이천 물류센터공사 현장 화재 역시 이미 몇 차례 주의 조치가 있었다는 소식이고 보면 이 역시 인재(人災)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 말부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던 코로나19 사태가 다시 재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황금연휴를 맞아 서울 이태원 클럽을 찾았던 청년들이 그 중심으로 내몰렸다.

나흘 전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 2차 감염자를 포함해 벌써 50명대를 훌쩍 넘어 집단감염이 현실로 나타나는 듯 하다.

정부에 따르면 황금연휴기간 중 문제가 된 이태원 지역 클럽들을 찾은 사람이 7000명을 넘는다고 하는 데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진자가 나오는 등 사태가 심상찮다.

그런 데도 서울 홍대거리와 부산 등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마다 무방지 상태가 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우리는 지난 2월 국내 31번 환자를 시작으로 한 집단감염사태로 대구·경북 지역이 초토화되는 현상을 한차례 겪었다.

그 당시에도 국내 첫 발생자 이후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상황이었고, 이번 이태원 지역 클럽 감염사태 역시 4월 말 이후 안정화 조짐을 보였던 것을 감안하면 판박이 같다.

잘 알다시피 코로나19가 확산일로 있던 상황에서도 서울 이태원을 비롯한 홍대거리 등 젊음의 거리마다 마스크를 끼지 않은 채 집단적으로 모이면서 사회적 문제가 됐었다.

정부는 지난 4월 말 이후 코로나19 감염사태가 안정화되기 시작했음에도 ‘언제든지 재확산할 수 있다’며 지역사회로의 조용한 확산에 대한 우려와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고 나섰다.

그러나 잠시 안정화된 빈틈과 최대 6일간에 이르는 5월 황금연휴를 맞아 방심하는 사이 코로나19가 소리 없이 다가왔다.

이번 사태의 이면에도 ‘설마’라는 무서운 존재가 자리했다.

코로나19는 ‘이제 안정화 되고 있으니 설마 내가 감염되랴?’라는 안일함의 틈새를 파고 든 것이다.

그 틈새로 파고든 코로나19가 2차 재확산 사태로 이어진다면 3개월 만에 찾아온 평온함을 다시 빼앗길 위기에 놓였다.

특히 그들의 동생이나 자식들이 겪게 될 문제는 가히 심각한 지경이 될 것이다.

이미 학사일정이 미뤄질 만큼 미뤄졌기에 또 다시 연기된다면 우리나라 학생 전체가 유급되는 사태까지 빚어질 수 있으니 참으로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설마가 사람잡는다’는 속담은 아마도 조상들께서 ‘설마 무슨 일이 있을까’ 라고 생각되는 그 자리에는 반드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경험적 경고가 담겨 있다.

따라서 설마가 사람 잡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설마’라는 안일함에서 벗어나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경각심을 생활화해야 할 것이다.

이종욱 정치경제부장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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