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됩니다 한밭 식당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는,
낯 검은 사내들,
모자를 벗으니
머리에서 김이 난다.
구두를 벗으니
발에서 김이 난다.

아버지 한 사람이
부엌 쪽에 대고 소리친다,
밥 좀 많이 퍼요.


<감상> 혼밥 시대에 낯 검은 노동자들이 함께 아침밥을 먹는 식당이 있어 좋다. 집에서 어머니가 차려주는 가정식 백반이라서, 입맛에 딱 맞아서 더욱 좋다. 부엌에 대고 밥 많이 퍼라고 소리치는 아버지가 있고, 고봉밥으로 담아주는 넉넉한 어머니가 있어서 참 가정적이다. 밥 잘 먹는 아들들이 많이 생겨서 고함치는 아버지도, 밥 담는 어머니도 신명이 난다. 머리에서 김이 나고, 발에서 김이 나고, 큰 밥솥에서 김이 나고, 뜨끈한 밥을 먹는 입에서도 김이 난다. 이 정도의 밥심이라면 오늘 하루도 거뜬히 힘든 일을 견딜 수 있으리라.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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