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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 27. 경당 박기열 서예가
[명인] 27. 경당 박기열 서예가
  • 권오항 기자
  • 승인 2020년 05월 10일 21시 04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5월 11일 월요일
  • 1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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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임없는 붓글씨로 '서여기인' 서법정신 기리며 서예 대중화 견인
경당 박기열
성주군 성주읍에 자리 잡은 성주문화원을 찾는 이들이라면 그 입구에서 은은히 풍겨오는 묵향을 제일 먼저 느끼게 된다. 바로 성주문화원 1층에 자리 잡은 서실에서 전해 오는 서예가 경당 박기열의 인향(人香)이다.

서예를 하는 사람들이 금과옥조로 여겨 마음에 새기는 경구 가운데 ‘서여기인(書如其人)’이란 말이 있다. ‘글씨는 곧 그 사람과 같다’는 것이니 이것은 서예를 단순히 아름다운 글씨를 쓰기 위한 기술이나 기교로 생각하는 것을 경계하고 우선 스스로 인격함양에 힘써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성주문화원 2층의 사무실을 찾는 이들이라면 ‘서여기인’이 단지 마음에 새기는 경구가 아니라 실제 체현되고 있음을 박기열 서예가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박기열작 16폭 병풍 금강경
△50여 년 한 길을 걸어오다.

박기열 서예가는 예부터 선비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진 성주에서 태어나 지역을 벗어나지 않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서예에 정진하면서 지역의 향토문화 발전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서예부에서 붓글씨를 배워오다 성주중학교 3학년 때 성주 대표로 수상경력을 쌓으면서 본격적으로 서예에 입문하였고, 1970년대에 청하 박희동 선생으로부터 서예를 사사해 근대에 심연 노중석 선생을 사사하기까지 50여 년을 오로지 서예의 길만 걸어왔다. 청년시절에는 중국의 서법을 심탐해 전·예·해·행·초서를 두루 섭렵하면서 50여 년을 한결같이 이론과 실기를 겸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문화원 1층에 서실을 열고 여러 제자들과 함께 ‘서여기인’의 자세를 닦아 나가고 있기도 하다.

박기열작 정철시 장진주사
△‘경당(耕堂)’ 쉬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로.

박기열 서예가의 아호는 ‘경당(耕堂)’이다. ‘쉬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로 모든 것에 임하라’는 뜻으로 지은 것인데, 지금의 그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는 아호가 아닐까 싶다.

그는 서예가로서 작품 활동, 후진양성과 병행해 성주문화원의 사무국장으로서 지역 문화 창달을 위해 헌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문화관광해설사로서 탐방객들에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전달자로서의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서예가로서의 그의 면모는 작품 활동은 물론이고 성주군 문화예술협의회장, 초심묵연회장, 성주군 내 7개 읍면 서예교실 강사, 사단법인 한국서예협회 경북도지회 이사, 사단법인 한국서예협회 성주지부장 등 많은 활동을 통해 서예의 발전과 대중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다른 지역의 어떤 문화원보다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성주문화원은 매년 지역문화 창달을 위한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그 중심에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기열 서예가가 있다.

성주문화원 중심사업의 하나인 성주역사인물 선양사업을 비롯해 ‘성주문원’, ‘성주 마을지’, ‘성주 금석문 대관’ 등의 발간사업은 박기열 서예가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사업들이다.

박기열 서예가의 성주생명문화축제 서예 퍼포먼스 광경
△전통예술이 소외되지 않도록 최선.

글씨를 쓰는 재주보다 인격 함양을 우선하는 박기열 서예가의 분명한 지론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박 서예가는 “글씨를 감상해 보면 사람마다 독특한 자기 필체가 있어요. 꼭 글씨를 잘 써도 사람의 됨됨이가 되어 있지 못하면 아무 쓸모가 없다고 봐야 할 겁니다. 글씨가 곧 그 사람과 같다는 말인 ‘서여기인’이 바로 그 뜻을 담고 있지요. 서예란 고단한 수련을 통해 예술작품을 완성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한 인간으로서 인격을 수양하고 삶의 질을 고양시키는 방법이라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통의 예술관에서 본다면 서예만이 아니라 그림이나 문장 역시 인격 함양의 결과들이 작품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니, ‘화여기인(畵如其人)‘, 문여기인(文如其人)’이라 하는 말도 같은 뜻이 아닌가 합니다”라는 그의 지론을 듣다 보면, 서예가의 길로 들어서 치열하게 살아온 그의 지난날들이 눈앞에 떠오른다.

한편 그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정체되고, 고리타분한 전통예술이란 대중적 인식이 강했던 우리의 서예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심경을 비추면서 지난 2018년 제정된 서예진흥법의 시행(2019년 6월)을 배경으로 앞으로 발전될 여지가 많다면서 여기에 적극 밑받침이 될 거름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왔지만 그동안 서예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전통문화로서 제대로 향유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예술 장르에 비해 지원을 받지 못하였는데, 근래 제정된 서예진흥법의 시행을 계기로 분발할 시기가 온 것 같아요. 비록 지역사회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서예가 전통예술로서 소외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라고 힘주어 말하는 박기열 서예가의 말을 들으면서 그동안 전통문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온 그의 노력과 의지를 느껴 볼 수 있었다.

서실에서 후학을 지도중인 박기열 서예가 (오른쪽 첫번째)
△끊임없는 작품 활동과 후학 지도에 전념.

50여 년을 서예에 전력투구해온 박기열 서예가는 그동안 전국휘호대회 우수상 등 전국 공모전 50여회의 수상경력을 자랑하고 있고, 지난 2016년에는 대한민국 서예대전 초대작가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경상북도 서예대전 심사·운영위원, 대한민국정수서예대전 심사위원, 대구서예·문인화대전 심사위원, 성주전국휘호대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서예가로서 다양한 경력을 쌓아왔다.

지난 2018년 성주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한 개인전시회를 비롯해 제9·10·11회 한중서예교류전 참가 등 여러 차례의 전시회에서 갈고 닦아온 작품을 선보여 왔다.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저녁 시간이면 성주문화원 1층 서실에는 그가 운영하는 서예교실에 참여하는 30여명의 회원이 모여 실력을 갈고 닦는 시간을 갖고 있으며, 경상북도 서예대전을 비롯한 전국 규모의 공모전에 많은 입상자를 배출하는 등 후학 지도의 성과를 내고 있다.



△지방문화 육성 시급.

옛날에는 사람을 평가하는 방법에서 문장(詩) 글씨(書) 그림(畵)은 바로 그 사람의 인격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겼다. 특히 문장이나 서예와 회화가 고도의 철학적인 의미를 띠고 있는 것도 이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문여기인, 서여기인, 화여기인(文如其人, 書如其人, 畵如其人)이란 말이 있다.

이러한 문화원은 향토문화를 발굴, 정리하고 향토사를 펴내는 활동을 통해 각 지역의 향토문화의식을 고취시키고 향토 축제를 정착시키는데 상당한 기여를 해 오고 있으며, 지역에 따라서는 청소년의 선도 및 평생교육진흥에도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

문화 활동이 중앙 집중화되어 있어 지방문화육성이 시급한 때에 각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세워진 문화원을 중심으로 지방의 특수한 문화자료를 발굴, 조사, 정리, 보존, 보급한다는 것은 매우 뜻있는 일이다.

박 서예가는 “그러나 현존 문화원이 그러한 과업을 수행하기에는 경제·사회적 여건이 부족해 그 활동이 부진한 사례가 많은데, 이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크게 확대되길 바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도움말=박재관 성주군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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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항 기자 koh@kyongbuk.com

고령, 성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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