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부처님 오신 날부터 5월 1일 근로자의 날, 5일 어린이날로 이어지는 황금연휴 기간 동안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다. 서울 이태원 클럽을 출입한 사람이 코로나19 확진자로 밝혀져 다시 신천지교회의 경우처럼 집단 감염 사태가 빚어지지 않을지 걱정이다. 이태원의 5개 클럽을 직접 방문한 사람 뿐 아니라 방문자의 가족, 동료, 지인들을 중심으로 지역감염이 늘고 있다. 

다행히 경북과 대구지역은 이태원 클럽 관련 37명이 음성으로 판정됐다. 다른 3명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직 클럽 방문자들의 명단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숨어있는 감염자’가 다수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 가운데는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이 3000여 명이나 된다. 

이런 상황 속에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13일 등교는 시기상조였다. 이태원 쇼크로 시민들의 불안이 큰 상황인 데다, 싱가포르나 중국 사례처럼 학교에서의 전파가 우려돼 아직 등교가 이르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달 24일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 ‘등교 개학 시기를 미루어 주시기 바랍니다’엔 11일 오후 9시 현재 18만5000여 명이 참여했다. 

이태원 쇼크 이전 교육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생활 속 거리 두기’(생활 방역)로 전환하는 것을 계기로 전 학년의 순차적 등교 개학을 결정했다. 하지만 부랴부랴 등교 개학 시기가 늦춰졌다. 13일로 예정됐던 고교 3학년의 등교 수업은 20일로 연기했다. 고2ㆍ중3ㆍ초1~2ㆍ유치원은 27일, 고1·중2ㆍ초3~4학년은 내달 3일, 중1과 초 5~6학년은 6월 8일 마지막으로 등교하게 했다. 

국내 확진자가 급격히 줄어서 보건 당국이 통제가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 등교개학을 서둘렀다가 다시 연기한 것이다. 등교 개학 발표가 있은 지 사흘 만에 이태원 발(發) 코로나가 전국적으로 확산 양상을 보였다. 확진자의 가족 중에 초·중·고교 학생들이나 교직원이 있을 경우 얼마든지 2차, 3차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결코 학교도 예외적인 안전지대라고 볼 수 없다.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온다면 이를 통한 지역사회 감염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교육부가 방역 당국과 등교 일정을 논의해 연기 결정을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섣불리 등교 개학을 추진한 후 집단감염을 맞이하게 된 싱가포르의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 ‘방역 모범국’이라 불리며 근소한 확진자 수를 유지하던 싱가포르는 ‘학교 안이 가장 안전하다’며 자신감을 보였고, 지난 달 23일 등교 개학을 결행했지만 등교 이틀 만에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타산지석이다.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학생들의 안전이다. 대입 일정에 쫓기는 고3의 학사 일정이 문제이긴 하지만 ‘이대론 학교 못 보낸다’는 학부모들의 입장에서 신중히 등교개학을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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