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현장에서 버려진 노동의 흔적·가치 환원

대구에서 활동하는 김결수 작가가 황토 5t을 이용한 지난한 노동이 집약된 사물을 갤러리 안과 밖으로 연결하는 개인전을 지난 2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칠곡 갤러리 omoke 에서 갖고 있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김결수 작가가 황토 5t을 이용한 지난한 노동이 집약된 사물을 갤러리 안과 밖으로 연결하는 개인전을 지난 2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칠곡 갤러리 omoke 에서 갖고 있다.

코로나 19 관계로 미뤘던 개인전을 연 김결수 작가의 작업은 삶의 현장에서 버려진 잔해(object)를 통해 노동(labor)-효과(성) (effectiveness)은 삶의 현장을 관조하면서 발견하는 것이다. 노동효과를 발견하기 위해 전제된 오브제의 조건은 ‘세상으로부터 세상에 버려지고 던져진 것들’이다. 즉 오브제란 대상(object)이 아닌 또 다른 주체(subject)처럼 간주되는 셈이다.

주로 삶의 현장에서 쓰여 지고 버려진 폐기물인 여러 재질의 물건들이나 폐자재 그리고 반복된 노동의 흔적이 담긴 나무도마, 바다노 등이 그의 작업 대상이 된다. 생활 속에 발견된 낡은 오브제는 노동효과에 대한 흔적 찾기인 동시에 긴 시간 반복됐을 노동 가치에 대한 질문이다. 노동효과가 화려한 도시의 외관이라면, 그 가치에 대한 질문은 화려한 외관에 가려진 노동의 그림자가 아닐까.

오브제의 ‘밖’에서 살펴지는 이미지란 본디 순간적으로 생성됐다가 사라지는 모든 사건처럼 허망한 존재일 따름이다. 그 지점을 잘 알고 있는 작가 김결수는 따라서 오브제의 ‘안’에 집중한다. 오브제가 지닌 시간과 공간 그것이 주체로서 목격한 사건의 현장을 탐구하는 것이다. 발견된 오브제의 ‘안’을 탐구하면서 ‘질료가 품은 이미지’와 ‘질료가 낳은 형상’을 탐구한다. 즉 질료 혹은 실재에서 이미지로 모색되는 조형 언어에 천착하는 것이다.

김결수의 오브제가 고철이나 폐기된 물건 등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정크아트’와의 유사성이 없지는 않지만, 그가 제시하는 오브제에 담긴 의도와 방법에 자신만의 독자성을 담아내고 있음을 간과할 수는 없다. 우선 그가 선택한 오브제는 쓰다 버려진 폐품을 통해 산업사회에 대한 비평적 시각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효과’의 흔적을 통해 세월에 의한 피와 땀이 서린 노동의 가치를 환원해 보려는 노동에 대한 메타포를 담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의 흔적이 깃든 대상이자, 사용가치를 다하고 낡아서 버려진 대상에 정성스럽게 김결수가 지닌 예술적 철학을 입히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러한 시도는 ‘노동효과’를 통해 바라보는 김결수의 노동의 빛과 그림자를 보는 방식이자 그의 작업의 출발점이다.

김결수가 창출하는 작품들은 발견된 오브제를 만들어진 오브제로 변환하는 영매의 기술을 통해서 지금과 과거를 매개하고 ‘사물로서가 아닌 또 다른 주체’로서의 오브제와 그것의 ‘옛 존재’로서의 삶을 위무하는 현대의 제의적 진혼곡이라 할 만하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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