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지역 간부결의대회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우체국본부가 11일 오전 대구 동구 입석동 경북지방우정청 앞에서 ‘포항·경주 위탁택배노동자 생존권 사수를 위한 대구경북지역 간부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포항과 경주에서 근무하는 위탁 택배 노동자들이 우체국 배송물량 통제에 반발하고 나섰다. 배송하는 택배 물량에 따라 수입이 정해지는 만큼, 이를 제한하는 것은 사실상 택배 노동자들의 수입을 통제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생계마저 위협하는 조치라며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반면 경북우정청은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따른 택배 급증으로 위탁 택배에 투입할 예산이 부족해진 상황이라며 배송물량 조절은 위탁 업체들과 합의한 계약 내용에 따라 내린 조치로, 한동안 택배 물량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하 노조)은 11일 경북우정청 앞에서 ‘포항·경주 위탁 택배 노동자 생존권 사수를 위한 대구·경북지역 간부결의대회’를 열고 택배 물량을 제한한 우정 당국을 규탄했다.

노조는 올해 우체국에서 조합원 1명이 주당 920개의 택배 물량을 배송할 수 있도록 약속했으나 예산 부족을 이유로 1인당 하루 택배 물량을 144개로 제한하는 일방적인 결정을 내린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2017년 발생한 포항지진과 최근 지역을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 기간에 택배 물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배송업무를 진행한 택배 노동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물량을 통제하는 것은 공공기관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노조 우체국본부 유종석 포항지회장은 “지진이 나고, 코로나19가 터져서 하루에 물량이 300∼400개에 달할 때도 일했다”며 “가족한테 코로나19를 옮길 수도 있다고 걱정하면서도 열심히 일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바쁠 때는 대처하지 않다가 이제 예산이 부족하다고 갑자기 통제한다는데, 우리 가족은 6월까지 어떻게 먹고 살지 걱정이다”며 “경북우정청은 이 상황을 초래한 것에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 김태완 위원장도 물량 통제는 택배 노동자의 수입을 통제하는 것이라며 택배 물량 문제는 결코 타협할 수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물량을 통제하는 것은 이번 달에 200만 원을 받고 다음 달에는 150만 원만 받고 일하라는 말인데, 필요하면 갖다 쓰고 필요 없으면 나가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며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이 물량으로, 임금으로 장난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포항과 경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모든 택배 노동자의 문제다”며 “앞서 약속한 택배 물량을 배송할 수 있도록 조치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경북우정청은 위탁 채용하는 계약서상에 물량에 대한 사항이 명시돼 있고, 이에 따른 조치라며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북우정청 관계자는 “택배 물량 개수를 조절할 수 있는 내용이 위탁 채용 계약서에 포함돼 있다”며 “앞서 코로나19 사태로 택배 물량이 급증해 책정된 예산을 초과한 상태여서 조절할 수밖에 없고 실무진이 체결한 계약서 범위 내에서 내린 결정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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