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규 문학평론가
한정규 문학평론가

국회의원을 비롯한 위정자들 걸핏하면 튀는 언행 일삼는데 그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자기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솔직하고 단도직입적인 표현이다. 감추고 꾸미며 속이는 짓 해선 안 된다. 반면 때론 대충 얼버무리는 요령이 필요하다. 정치하다 보면 이권과 관련 크고 작은 갖가지 청탁이 따른다. 도움을 주었으니 그만한 보상을 받고자 하는 것 당연한 귀결이다. 그것 인간의 심리다. 그래서 대충 얼버무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재치 있는 사람은 어려움을 그렇게 벗어난다.

유능한 정치인, 성공한 정치인은 재미있는 말로 어렵고 복잡한 상황을 뱀이 담을 넘어가듯 빠져 나아간다. 재치 있는 정치인들은 공허한 말을 하거나 미소를 짓는 것으로 심각한 분위기에서 도망을 친다. 위대한 지도자라 하면 대부분 그런 점에서 뛰어나다.

또 청탁을 정중하게 거절하기 위한 수단으로 화제를 슬쩍 바꾼다. 이슈가 되는 국제정치문제 등 관심을 보일만 한 이야기를 하거나 알아듣지 못했다는 듯이 행동한다. 그것을 잘해야 정치인으로 성공한다. 그렇지 않고 갖가지 유혹과 청탁에 휘말렸다가는 종국에 실패한 정치인으로 퇴락하고 만다.

사람이 갈증을 채우면 우물에서 등을 돌리듯 위정자 대부분은 선거가 끝나면 감사한 마음을 금세 잊어버린다. 더한 사람은 황금쟁반에 있는 오렌지에서 즙을 짜낸 뒤 쓰레기통으로 버리듯 내팽개친다. 그것이 인간들의 속성이지만 특히 위정자들은 더 한다. 그런 위정자는 성공 못 한다. 우리 속담에 ‘똥 누로 갈 때 마음과 똥 눈 뒤의 마음이 다르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해서는 성공한 정치인이 못 된다. 성공한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한 점 부끄러운 짓 해서는 안 된다. 설사 그런 것이 있어도 숨기고 감추어서는 안 된다. 그런 것을 감추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꾸며서도 안 된다. 있는 그대로를 모두 보여줘야 한다. 불가능한 것, 능력의 한계를 벗어난 것, 미사어구로 사람들을 현혹시켜서도, 허물을 감춰 사람들을 속여서도 안 된다. 그런 정치인 절대로 성공 못 한다. 큰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성공한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덕을 쌓아야 한다.

유가의 인정(仁政)과 덕치(德治)에 의하면 정치는 힘이 아닌 덕으로 천하를 다스리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군신관계에 있어서도 자신을 오히려 낮추고 신하의 간언을 받아들이라고 했다.

또 공자의 격언에 관측득중 (寬測得衆)이란 말이 있다. 즉 관대함은 많은 사람을 얻는다는 말이다. 청조 강희제는 지나치도록 관대했다. 그 결과 부정부패가 만행 실패한 황제가 됐다. 그것을 본 옹정제는 지나치게 엄격했다. 옹정제의 지나친 엄격함 때문에 폭동 등 큰 사건이 그치지 않았다. 결국 두 황제는 국민을 편치 않게 했다. 관대함과 엄격함은 덕이 아니다. 지도자는 지나친 관대함이나 지나친 엄격함만으로는 안 된다. 그것을 보고 청조 건륭제는 엄격함과 관대함을 조화롭게 덕으로 다스렸다.

훌륭한 지도자는 덕을 최우선시한다. 덕치를 위해 주위에 간언할 수 있는 많은 사람을 두고 그들이 하는 간언에 귀 기울린다. 덕치를 위해서는 독선은 독약이다.

수나라 문제임금 때 일이다. 산시성이 가뭄으로 농사를 짓지 못해 흉년이 들었다. 그때 문제임금이 신하를 현지에 보내 백성들이 어떻게 먹고 사는지 알아보라고 했다.

현지를 다녀온 신하가 보고하기를 백성들이 식량이 없어 겨에 콩가루를 섞어 먹고 있더라고 했다. 그것도 모자라 굶다시피 겨우 연명하더라고 하자 그 말을 듣던 문제임금이 눈물을 흘리며 “내 밥상에 고기와 술을 올리지 말라”고 지시했다. 뿐만 아니라 굶주린 백성들을 뤄양지방으로 데려가 창고에 쌓아 둔 비상식량을 나눠 주어 배고프지 않게 밥을 지어 먹도록 했다.

그것이 바로 덕치다. 백성들이 겨를 섞은 콩가루로 연명한다는 보고에 눈물을 흘리고 자신이 먹는 밥상에 고기와 술을 올리지 말라는 지시를 한 그런 지도자가 돼야 한다. 군왕이나 황제가 아니더라도 모든 정치인이라면 유가의 인정과 덕치, 건륭제의 엄격함과 관대함의 조화, 수나라 문제임금을 보고 닮아야 한다. 특히 우리 위정자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