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만지면
새는 그 알을 품지 않는다

내 사는 집 뒤란 화살나무에 지은 새집 속 새알 만져보고
알았다 남의 여자 탐하는 것보다 더 큰 부정이 있다는 거,
그걸 알았다

더 이상 어미가 품지 않아
썩어가는
알이여

강에서 잡은 물고기들도 그랬다

내 손이 닿으면 뜨거워
부정이 타
비실비실 죽어갔다 허옇게 배를 까뒤집고 부패해갔다


<감상> 새든지, 물고기든지, 동물이든지 손으로 함부로 만지지 마라. 부드러운 손이 뜨거워 부정이 타고 멀쩡한 생명을 죽음으로 내몬다. 아기 사슴이 귀엽다고 손으로 쓰다듬으면 어미가 새끼를 죽이고 만다. 이름 하여 ‘밤비 신드롬’이라 일컫는다. 어미 새와 알 사이에도 마찬가지다. 그들 사이에 내밀한 냄새가 배여 있는데, 그걸 우리가 끊고 만 것이다. 특히 어릴 때 많이 잡던 불거지(피라미)는 잡자마자 가장 빨리 죽었다. 죽음을 불러들이는 애무를 함부로 하지 마라. 반죽덩이처럼 부드러운 손이 훨씬 더 치명적이다.(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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