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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전국민 고용보험, 고통의 감내와 희생으로
[수요단상] 전국민 고용보험, 고통의 감내와 희생으로
  • 한태천 경운대학교 벽강중앙도서관장
  • 승인 2020년 05월 12일 18시 06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5월 13일 수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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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천 경운대학교 벽강중앙도서관장
한태천 경운대학교 벽강중앙도서관장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여 세계 속의 한국이 아니라 세계를 선도하는 한국을 만들기 위해 남은 임기 모든 정책을 집중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 내용이다. “세계를 선도하는 한국”은 정부와 기업과 국민이 함께 만들어가야 할 길이다. 그 길은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국가가 부강하여 세계를 선도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와 함께 국민이 부유하게 살아 세계를 선도하는 길이다. 우리는 이 두 길을 함께 가야 할 것이다.

OECD 발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GDP 세계 15위 이내에 들어가는 국가 중에서 국민 1인당 GDP가 세계 15위 안에 들어가는 국가는 미국(1위, 5위)과 독일(4위, 10위)뿐이다. GDP 순위가 높다고 해서 그 국가가 부유하다고만 말할 수는 없지만 국민 1인당 GDP가 국민 개개인의 생활 수준을 가늠하는 주요한 기준이라는 점에서 볼 때 한국(11위, 24위), 일본(3위, 26위), 중국(2위, 30위), 영국(6위, 17위), 프랑스(7위, 18위), 이탈리아(8위, 23위)와 같은 나라는 국가에 비해 국민이 상대적으로 부유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1980년대까지 수출 호황을 누린 일본은 GDP 세계 2위를 기록하며 질적으로 미국을 앞서는 경제력을 구가하였다. 그러나 지난 20년 사이에 국민 1인당 GDP가 세계 26위로 주저앉은 것은 경기 침체기에 정부와 국민이 공동 대응을 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85년 ‘플라자 합의’를 기점으로 엔화 가치가 급상승하고 수출이 감소되어 경기가 침체 되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자금 유동성 확보를 통하여 내수시장 활성화를 꾀하기 위하여 저금리 대출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기업과 개인이 내수 진작보다는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를 하여 부동산 가격이 급상승하여 사회문제로 대두되었고, 일본 정부는 2%이던 금리를 6%로 상향 조정하여 부동산 투기를 막고자 했다. 이로 인해 자금 압박을 받은 부동산이 대거 매물로 나오면서 기업의 도산과 실업이 증가하게 되었고, 다시 경기침체의 길로 접어들었다. 1995년 정부가 다시 금리를 낮추어 내수진작을 도모하였지만 국민들의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돌려놓을 수는 없었으니 20년 장기 경기침체는 일본 정부의 정책 실패와 국민의 비건전한 경제활동이 빚어낸 참사라 하겠다.

반대로 미국은 GDP 1위 국가이며, 국민 1인당 GDP 5위 국가이다.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이 왔을 때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계획 경제를 추진하였다. 미국 정부는 New Deal 정책을 수립하여 수요를 창출하여 실업자를 구제하였다. 전국산업진흥법과 와그너법을 제정하여 노동자의 주간 노동일수를 단축하였고, 최저임금제와 단체교섭권을 도입하였다. 노인수당과 실업보상제도를 도입하였으며, TVA를 통해 대규모 실업을 해소하였다. 뉴딜 정책이 사회주의 정책이란 비판과 반대도 많았고, 뉴딜 정책의 성과가 미진하여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미국 정부와 국민은 뉴딜정책을 통하여 노동 조건을 향상시키는 계기를 마련하였고, 경제공황을 잘 극복하여 지금까지 경제 강국으로 존속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위기를 기회와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고, “세계 속의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언명했다. 아울러 선도형 경제로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개척하고, 고용보험 적용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시행하여 고용안전망 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한국판 뉴딜’을 국가프로젝트로 추진하며, 성공적 방역에 기초하여 ‘인간 안보’를 중심에 놓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국제협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 맞추어 우리 국민들은 “우리 정신”을 발휘하여야 한다. “나의 우리”가 아닌 “우리의 우리” 정신이어야 한다.

정부가 시행하고자 하는 전국민 고용보험제도는 미가입자의 자발적 가입과 희생이 요구된다.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저임금에 보험료 부담 자체가 고통이 될 수도 있다. 그나마 사업주가 50%를 부담하기 때문에 실직에 대비해 고용보험의 출연을 감수할 수가 있다. 그러나 현재 0.4% 정도만 고용보험에 가입해 있는 자영업자들은 보험료 전액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강제 가입 요청을 받게 되면 상당히 저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민 고용보험제도의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이름으로 반대하는 정치인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위한 시기와 방법 및 정부 지원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자영업자들도 고통과 희생을 감수하고 고용보험에 가입하여야 한다. 앞으로 어떤 경제 위기가 언제 어떻게 닥쳐올지 모른다. 예상치 못한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고용보험에 가입해 두는 것이다. 고통의 감내와 희생의 감수는 불의의 고용위기 상황에서 나를 보호해 주는 보호막이 될 것이다.

돌이켜보면,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제도는 2019년 말 약 2천2백만 명이 가입하였지만 처음 도입되었을 때는 국민적 거부가 매우 컸다. 물가상승을 따지며, 현실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노동자의 수납액까지 부담해야 함에 항의하며, 부담금에 비해 수혜액이 적다는 것 등을 들어 반대하고 거부했다. 시기상조를 들어 부정하기도 했다. 그리고 1963년 의료보호법 제정 이후 약 40년 만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통합된 국민건강보험도 통합 당시에 동일 서비스에 대한 의료수가의 격차, 정부의 지원 여부, 개인 부담의 과중 등으로 인하여 많은 국민들이 거부하고 저항했다. 그러나 다수의 국민들의 희생과 이해, 참여와 관용으로 두 제도는 성공적으로 안착되어 잘 시행되고 있고, 지금은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진 의료보험모델과 국민연금제도로 정착되어 있다.

정부의 정책과 국민의 희생이 함께 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언명한 “인간 안보”는 확립될 것이고 “노동의 안전성”은 확보될 것이다. 전국민 고용보험은 많은 국민에게 고통과 부담을 줄 수도 있지만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한 좋은 제도가 될 것이다. 정부 정책의 실패와 국민의 비협조적인 상황이 빚어낸 일본 경제의 장기침체를 우리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은 국가와 국민이 함께 잘 사는 모델이어야 하며, 그 모델은 정부와 기업과 국민이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 “우리의 우리” 정신이 발휘될 때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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