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밑, 흰둥이가 낳은 새끼 몇 마리
홀로 나온 강아지를
쓰다듬어 주니 온기에 눈을 감는다
손결에 누운 털이 일어나지 않는다

사람 냄새가 몸에 배어든 것인가
어미 개가 뿌려놓은 몸내를
내가 지워버린 것인가
어미 개는 다시는 새끼를 받아주지 않는다

애무에도 독한 치사량이 숨어 있다
죽음 불러들이는 애무를 함부로 해서는
안 되겠다, 아픈 눈빛으로
바라본 여인이 울음 터트릴 때
끝내 손 한번 잡아주지 못하는 이유를 알겠다

마음 감추는 것이 더 어려울 때
컴컴한 마루 밑으로 얼굴 들이밀고는
코를 킁킁거려본다
향기와 맛이 코끝에 매달려 있다
어둠에게 육신을 맡기니 냄새가
나를 더듬고 있다



<감상> 새끼 강아지가 귀엽다고 함부로 만지면 안 된다. 인간의 손길 때문에 어미로부터 외면 받는 개는 끝내 죽음에 이르고 만다. 어미 개와 새끼 개 사이의 냄새 지도를 무너뜨리고 만 것이다. 아기 사슴인 밤비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므로 ‘밤비 신드롬’이라 명명(命名)한다. 동물 사이뿐만 아니라 사람 사이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함부로 남의 여자를 탐하는 것은 더 큰 부정이다. 그 여인의 행복을 깨뜨리는 것이고 죽음으로 내모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손 한번 잡아주는 것보다 마음 감추는 것이 더 어려울 때, 어둠에게 육신을 맡기고 그대 향기에 취해본 것도 좋으리라.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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