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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 탈취·유출은 중대범죄…검찰 조속히 진상 밝혀야
투표용지 탈취·유출은 중대범죄…검찰 조속히 진상 밝혀야
  • 연합
  • 승인 2020년 05월 14일 19시 25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5월 15일 금요일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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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 지난 4.15 총선에서 투표용지 탈취·유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된 1987년 제13대 대선 이후 30여년간 각급 선거를 치렀고 댓글 조작 사건 등 일부 부정선거 논란들은 있었지만, 이런 유형의 사례는 처음이어서 충격적이다. 미래통합당의 민경욱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기표가 되지 않은 채 무더기로 발견된 사전투표용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있다”고 주장한 데 이어 12일 ‘부정 개표’의 증거라면서 비례대표 투표용지 6장을 공개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확인 결과, 경기도 구리시 수택2동 제2투표구의 잔여투표용지 중 일부였다. 총선일로부터 한 달 가까이 지나도록 선관위가 까맣게 몰랐다니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사후약방문 격이지만 선관위는 부실 관리 책임자를 찾아 엄중히 문책하고 국민에 사과해야 한다. 재발 방지책도 진지하게 검토하기 바란다.

민 의원이 공개한 투표용지 6장은 선거 당일 개표소인 구리시체육관 내 체력단련실에 보관된 선거 관련 서류 가방에 있던 본투표 용지로 확인됐으며, 도난당했다는 게 선관위의 결론이다. 개표 도중 투표용지가 투표자 수보다 많은 것이 발견돼 바로잡는 과정에서 봉인된 선거가방을 열었으나, 그 후 가방 재봉인 조치를 잊고 넘어갔다고 한다. 당시 체력단련실에는 폐쇄회로 TV도 없고 배치인력도 없어서 누가 투표용지를 빼내 민 의원에게 넘겼는지는 오리무중이다. 공직선거법 제244조에는 투표용지를 은닉·손괴·훼손하거나 탈취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선관위가 이 사건을 “민주적 선거질서를 해치는 중대 범죄”라고 규정하고 바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검찰은 즉각 수사해 서둘러 진상을 밝혀낼 의무가 있다. 부정선거를 일삼았던 독재체제와 싸우면서 힘겹게 쌓은 민주주의 시스템 자체를 공격하는 대담한 범죄를 도대체 누가, 왜 저질렀는지 반드시 찾아내 일벌백계해야 마땅하다.

개표 당시 누가 투표용지를 절취해 어떤 경로를 통해 인천 연수을이 지역구인 민 의원에게 넘겼는지 그 경로를 확인하는 게 급선무다. 폭로전에 나선 민 의원 본인이 밝히면 논란이 조기에 정리되겠지만, 제보자 보호를 명분 삼아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부정 투개표 의혹을 주장하는 민 의원의 행보는 점입가경이다. 13일에는 선관위가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개표사무원을 위촉해 ‘개표 조작’에 나서게 했을 가능성마저 흘렸다. 이들을 상대로 부정선거 제보를 받겠다고 현상금 1천500만원을 걸고 나선 모습을 보노라면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의원 품격에 걸맞지 않은 행동임을 민 의원 본인도 잘 알 것이다. 지금이라도 자진해서 입수 경위를 밝히고 부적절한 관여가 있었다면 책임을 지는 게 최소한의 도리다.

차명진 이언주 박용찬 등 다른 통합당 총선 낙선자들의 투표함 보전 신청 움직임도 확산 중이다. 일부 극우 유튜버가 불 지핀 ‘부정 개표’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기세다. 이런 행태를 두고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물론이고, 소속 정당인 통합당에서마저도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왜 그런지 다들 그 연유를 진지하게 곱씹어봤으면 한다. 통합당의 대처도 안이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움직임을 방치할 경우 자칫 통합당이 총선 결과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냐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어서다. 제21대 국회 개원이 코앞에 있다. 코로나 경제난 극복에 전념하라는 민심을 외면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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