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확진자 나오면 연기 불가피…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찬반 팽팽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이태원 클럽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 1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학교 및 학교 구성원의 이태원 방문 현황조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
오는 20일부터 순차적 등교 개학 가능할까?

이태원 클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13일 예정됐던 고등학교 3학년부터 순차적 개학이 1주일 더 연기됐다.

하지만 이태원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등교를 더 미뤄야 한다는 학부모들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교육부는 일단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 결과와 감염증 확산 추이 등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교육계나 학부모들의 등교 개학을 더 미뤄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속으로는 등교를 무한정 미룰 수도 없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14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정오까지 방역 당국이 집계한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119명으로 전날 0시 기준 111명에서 8명 늘었으며,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2차 감염자까지 발생하는 등 매일 증가하고 있다.

이 중에 19세 이하 미성년 확진자는 11명(9.2%)으로, 이태원 유흥시설을 다녀온 학원·과외 강사 등으로부터 2차 감염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학교 교사들도 황금연휴 전후로 이태원 등지의 유흥시설을 방문한 사실이 파악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29일∼5월 6일 사이에 이태원·논현 등의 유흥시설 밀집 지역을 방문한 서울 지역 교직원이 10일 기준으로 158명 확인됐다고 전날 밝혔으며, 경북교육청도 같은 기간 서울 유흥지역을 방문한 원어민 교사가 16명으로 다행히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아 현재 자가 격리 중이다.

서울에서는 만 19세 이상의 성인이지만 아직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학생들이 유흥시설을 방문하고 이후 두 차례 등교해 실기 받은 것으로 알려져 학교 자체 폐쇄하고 방역실시와 접촉한 교사들과 학생들이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전국 고등학교에는 만 19세 이상 성인 학생이 매년 1000명으로 교사·학부모들은 만 19세 이상 고등학생들이 대학생·직장인이 된 친구들과 유흥시설을 출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한다.

이 같은 우려 속에 교육부는 13일에 고3부터 시작하려 했던 등교 수업을 우선 20일로 일주일 미뤘으며, 이번 주 중에는 방역 당국의 분석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큰 변동이 없으면 이르면 이번 주말께, 늦으면 다음 주 초에 등교 추가 연기 여부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 일요일(17일)에 ‘대학수학능력시험 D-200일’을 맞는 고3은 올해 수시모집을 위해 정상적으로 학교생활기록부를 채우고 1학기 중간고사를 치르려면 5월에는 등교하는 게 바람직한 상황으로 코로나19로 이미 5번 등교 일정을 연기한 교육부는 ‘언제까지 등교를 미룰 수는 없다’며 고심하고 있다.

이처럼 추가 개학 연기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일부 학부모들은 등교 개학을 주장하고 있다.

맞벌이·한부모 가정 자녀 돌봄 한계, 교우 관계를 통한 인성 교육 부재, 기초학력 부진 우려 등 문제는 학생들이 등교를 시작해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교육부 내에서는 학교 내 생활방역(생활 속 거리 두기)을 철저히 하면서 등교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전날 불교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고3은 크게 상황이 변동되지 않는 한 20일에 등교한다 생각하고 있고, 다만 고2 이하는 다시 방역당국과 상의할 것”이라며 “(학년을) 분산시켜서 한 주는 고2가 등교하면 고1은 원격 수업을 하는 식으로 서로 엇갈려 등교하는 방안 등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5월 초 학교 생활방역 매뉴얼은 이미 마련했다.

등교 전에 가정과 교문에서 의심 증상자를 가려내고, 수업 중에 의심 증상자가 나오면 곧바로 선별진료소에 보내고, 확진자가 나오면 나머지 학생은 2주 동안 자가격리하면서 원격수업을 하며 역학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등의 내용이 골자다.

고2 학부모 김모(52·안동시)는 “이태원 10대 아이들은 무증상으로 전파하고 다닐 가능성도 크며 이에 대한 학교 방역 대책도 뚜렷하지 않은 것 같다. 학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1명이라도 나올 가능성이 있어 아직 학교를 보내기가 꺼려지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지역 교육계 관계자도 “학부모 불안이 고조되는 것은 교육부가 개학일을 조금씩 미루는 식으로 ‘땜질 처방’만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등교가 가능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단기·중장기 플랜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형기 기자
정형기 기자 jeonghk@kyongbuk.com

경북교육청, 안동지역 대학·병원, 경북도 산하기관, 영양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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