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 뒤 자살 위장·범행 당일 태연하게 여자친구와 외식
재판부 "죄책감 안 보여…생명존중 가치 훼손, 엄벌 마땅"

부산지법 청사
중고 가구를 인터넷에 내놓은 혼자 사는 여성을 골라 강도살인을 저지른 20대에게 법원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부산지법 형사5부(권기철 부장판사)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A(27)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판결문을 보면 A 씨는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고 죄의식을 보이지 않았다.

무직인 A 씨는 지난해 8월부터 온라인 게임으로 알게 된 여자친구의 오피스텔에서 거주했다.

그는 금융기관 채무가 1천만원이 있는 상황에서 사채까지 빌려 생활하다 이를 갚지 못해 채무변제 독촉에 시달렸다.

이에 A 씨는 남의 돈을 강탈하기로 마음먹고 지난해 10월 20일 인터넷 카페 중고나라에 가구를 팔겠다고 내놓은 30대 피해 여성의 아파트를 찾아갔다.

A 씨는 이에 앞서 인터넷 카페 ‘살인0000’에 가입하고 살인 관련 내용을 검색했다.

첫 방문 때 피해 여성이 혼자 사는 사실을 확인한 A 씨는 다음 날 오후 3시 39분 가구 크기를 측정한다는 이유로 다시 방문해 구체적인 범행 장소 내부를 살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6시께 재차 여성의 집을 찾아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통장 비밀번호 등을 알아낸 뒤 피해 여성을 살해하고 피해자 스스로 목을 매 숨진 것처럼 위장했다.

범행 직후에는 여자친구를 만나 외식을 하고, 다음 날에는 여자친구 부모에게 인사를 하러 가는 등 태연한 생활을 이어 갔다.

피해 여성 은행 계좌에서 빼낸 3천200만원으로 빚을 변제하고 여자친구 명품선물 구입비 등을 따로 남겨두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체포된 이후에도 강탈한 돈을 여자친구에게 송금하거나 변호사 선임비로 사용하려는 등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며 “피고인이 저지른 참혹한 범행은 사람 존중, 생명 존중이라는 사회 근본적인 가치를 훼손한 중차대한 범죄”라고 무기징역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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