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야 길이 보일까
우리가 가야 하는

길이 어디에서 출렁이고 있을까

더러는 사람 속에서 길을 잃고
더러는 사람 속에서 길을 찾다가

사람들이 저마다 달고 다니는 몸이
이윽고 길임을 알고 깜짝깜짝 놀라게 되는 기쁨이여

오 그렇구나 그렇구나
도시 변두리 밭고랑 그 끝에서
눈물 맺혀 반짝이는 눈동자여

흙과 서로의 몸속에 씨앗을 뿌리는 사람이 바로 길이었다.


<감상> 진실을 찾는 길은 더디고 힘든 여정이다.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과 진실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길은 출렁이고 있다. 진실을 찾는 사람들의 몸들이 모여, 드디어 길을 찾는 역사의 현장에서 우리는 기쁨과 희망을 찾는다. 오늘은 5·18 민주화 운동이 40년이 되는 해, 언젠가 진실은 드러나게 되어 있다. 밭고랑에 씨앗과 모종을 심는 사람들이, 이웃들에게 진실의 씨앗을 심는 사람들이 있는 한 진실과 길은 환히 드러난다. 지금도 흙은 뿌린 대로 거둔다는 단순한 진리를 백성들의 눈동자에 심어주고 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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