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까지

이건희 ‘Talking paper’
경북 포항시에 위치한 구룡포예술공장은 12일부터 오는 8월 1일까지 ‘경계에 서다’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예술공장에서 열리는 세 번째 전시로 구성균, 이건희, 이우현, 이태훈 작가의 회화, 사진, 설치 작품 40여점을 만나 볼 수 있다.

경계는 어떠한 기준에 의해 분간되는 한계를 뜻한다. 두 가지가 맞닿은 지점이 되기도 하고 연결돼 있는 것의 변환 점이기도 하다. 바로 변화가 일어나고 새로운 시작의 지점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4명의 작가는 ‘경계에 서다’란 전시명 아래 각자의 소제목을 가지고 참여했다.

‘경계, 묘(妙)’ 구성균의 작품은 초월적이고 초자연적인 세계 즉, 보이지 않지만 존재를 느낄 수 있는 것들에 관한 것이다. 신, 영혼, 정령, 기(氣), 공(空) 등 상징적인 표현을 통해 비가시적 세계의 존재와 유기적인 상호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묘’의 경계는 말 그대로 묘하고 오묘한, 작가가 느낄 수 있지만 증명하기는 어려운 세계에 관한 이야기이다.

‘경계, 글을 그리다 - 쓰다, 젓다, 붓다, 말리다, 기다리다.’ 이건희의 작품은 소통방식으로서의 문자와 이미지의 상관관계에 관한 것이다. 구술-문자-이미지-영상으로 바뀌어가는 소통방식의 패러다임 속에서 문자시대와 디지털 시대를 열었던 이미지의 역할과 기능에 관한 질문이다. 이 두 가지 소통방식을 담고 있는 또 다른 소통매체인 신문과 한지(종이)를 통해 메타매체와 소통이란 무언인가를 작품에 담고 있다.
이우현 ‘365’
이우현 작가의 소제목은 ‘혼돈’으로써 일상에서 맞닥뜨린 사물들에서 얻은 영적 체험을 조형적으로 표현한다. 주로 한지와 길 위에 버려진 쇠붙이 또는 그것이 산화한 녹을 이용해 그것들을 석고나 면진과 결합한 후 우연하게 만난 사람들에게 서명 또는 그들의 흔적을 남기게 해 완성시킨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작가의 의도 보다는, ‘드러냄’과 ‘숨김’으로 작품에 남아있는 물(物) 그 자체의 이야기 그리고 관객의 참여로 작품이 완성되는 미디어적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경계, 인(因)과 연(緣)’이 소제목인 이태훈의 작품은 눈으로 보는 세상과 실제세상, 연결과 단절, 인지와 본능, 익숙함과 낯섦에 관한 것들이다. 서로 다른 것처럼 나열되는 위의 내용들은 사실 우리가 눈으로 무엇인가를 보았을 때 발생되는 것들이다. 이것들이 작가와 순간의 인연으로 작품이 된다는 것이다. 겹쳐진 이미지들은 시공간의 제약에 대한 도전이며 마치 디지털로 합성한 것처럼 보이는 이미지는 필름을 조금씩 움직여 다른 시공간을 촬영한 것으로 우연과 계획의 중간지점에서 탄생된 작품이다.
이태훈 ‘Parallel Space No.42’
여기 모인 4명의 작가들은 자신이 느끼고 경험한 감각들을 시각적인 작품으로 표현했다. 이들의 작품에는 크게 두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첫 번째가 감각의 시각화이고 두 번째가 작품이 구체적인 대상이나 의미를 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이 시각화한 감각들은 특정한 사건이나, 장소, 시간, 생각 그리고 기억처럼 인지적 영역에서 설명되는 것도 있고 미각, 촉감, 후각, 청각처럼 감성을 기반으로 하는 것도 있다. 그리고 이 외에 육감이나 인지와 감성의 중간영역, 또는 이것들이 뒤섞인 상태처럼 말로나 글로는 설명이 어려운 부분도 있다.
구성균 ‘QuackQuack’
‘경계에 서다’란 전시제목은 작가들이 각자 고유한 경계에서 감각의 재현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비슷하게 쓰는 외래어 감정(Emotion)과 느낌(feeling)은 구체적으로는 조금 다르게 설명될 수 있다. 느낌은 오감을 바탕으로 정보를 얻은 상태를 말하는 것이고 이것의 영향으로 나타나는 결과가 감정인 것이다. 따라서 감정은 감각을 바탕으로 뇌가 학습이나 경험 또는 무엇을 새롭게 인지해 나타난 반응인 것이다. 이것은 상당히 주관적인 것으로 개인에 따라 아주 다르다. 매체와 표현방식이 완전히 다른 작품들은 마치 다른 언어로 작가의 경계를 관객에게 설명하는 것과 같다. 매우 사적인 생각과 느낌의 집합체인 작품에서 얻는 공감, 관객은 작품에서 무엇인가를 느끼고 받는다. 특히 이 작품들에서는 감각적인 경계들이 돋보이고 그것은 오롯이 관객에게 전달될 듯하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