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국내 복귀를 지원하겠다며 수도권의 공장 입지 규제를 완화할 조짐이다. 규제 완화 뿐 아니라 세제 지원 등의 인센티브까지 거론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기업 리쇼어링(reshoring·기업 국내 복귀)를 명분으로 하고 있는 정부 정책이다. 하지만 이 정책은 가뜩이나 격차가 심한 수도권과 지방의 경제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높다. 벌써 정부의 ‘리쇼어링’ 수도권 몰아주기로 지역 산단 다 죽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공기업 지방 이전 등을 추진한 노무현 정부의 국가 균형 발전 정책을 이어받겠다던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기화로 수도권 규제 완화를 시도하는 것은 비난 받을 일이다. 정부가 강력한 수도권 규제인 공장총량제를 완화하고 해외 공장의 국내 이전 비용까지 대주고, 거기에다 고용보조금까지 얹어 주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국가 균형발전 운운 하는 것은 그저 입에 발린 소리에 불과했던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회견에서 “이런 식으로 수도권에 인구가 편중되다간 지방은 다 고사하겠다는 것이 단순한 비명이 아니다. 사람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돈 기업 경제력이 집중된다. 이 흐름을 반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통령이 지적한 이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어제 오늘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역대 정부 때 마다 문 대통령의 회견에서처럼 격차 해소의 필요성을 말해 왔지만 오히려 지방 기업들은 수도권으로 이전하거나 해외로 빠져 나갔다. 지난해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기 용인 설립 결정도 정부와 SK가 미리 입지를 정해 놓고 진행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신호탄이 됐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3기 신도시 조성 계획에서도 신도시 지역에 자족기능을 갖추고 공단을 조성해 자립기반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했다. 이는 수도권 규제 완화와 직결되는 조치들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균형발전’이니 ‘지방분권’이니 말로만 할 일이 아니다. 국내 기업들이 리쇼어링 확대를 위한 지원을 요구하고 있어 이를 명분으로 정부가 수도권 규제 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정부는 리쇼어링 기업의 요구를 맹목적으로 따라갈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참에 지방 이전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

4·15 총선에서 수도권 압승을 거둔 여권 분위기에 힘입어 수도권 당선인들이 21대 국회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 제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문재인 정부가 수도권 규제 완화로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는 우를 범하게 되지 않을 지 우려스럽다. 리쇼어링도 좋지만 지방을 죽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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