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승 에스포항병원 일반외과 진료과장
유재승 에스포항병원 일반외과 진료과장

“조금 무리한 다음 날에는 꼭 항문에 무언가가 튀어나와요”

“요즘 스트레스가 많은 데다 원래부터 변비가 있었는데 대변볼 때 힘을 주면 찢어질 듯 아프고 피가 나요”

“대변을 보고 나도 시원치가 않고, 닦아도 닦아도 계속 변이 묻어 나와요”

인간이 직립보행을 시작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여겨지는 여러 가지 질환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치질’이다.

통계적으로는 일반인구 중 75% 정도가 해당 증상을 경험한다고 하며, 연간 수술 시행 건수가 22만 건에 육박하는 아주 흔한 질환이다.

치질은 정확하게는 ‘치핵’, ‘치열’, ‘치루’ 세 가지 질환을 총칭하며, 항문이 불편하거나 통증, 출혈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치질이라고 하면 대게는 치핵을 뜻한다. 항문 주위에는 대변을 매끄럽게 볼 수 있게 도와주는 혈관, 근육, 탄력조직 등으로 구성된 쿠션 조직이 있는데, 이 쿠션 조직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면서 출혈, 통증, 항문 덩어리 등의 증상이 발생하는 질환이 바로 치핵이다.

치핵이 발생하는 원인은 배변 시 과도하게 힘을 주는 행위, 장시간 변기에 앉아있는 습관, 변비, 음주 등이 흔한 요인이다.

치핵은 심한 정도에 따라 1도∼4도로 세부적인 분류를 하고, 수술적 치료는 보통 3도 치핵부터 권유된다.

치핵의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좌욕이다. 많은 환자들이 치료에 있어 좌욕과 수술을 분리해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옳지 않다.

치핵 수술을 하지 않더라도 좌욕은 필수다. 오히려 수술 후에 좌욕을 더 잘해줘야 한다.

좌욕 판을 변기에 올려놓고 사용하는 방법을 추천하는데 미지근한 온수를 받아 항문 부위가 충분히 물에 닿게 해 5∼15분간 시행하면 된다. 샤워기 또는 일반 세숫대야를 바닥에 놓고 사용하게 되면 쪼그리고 앉는 자세가 오래 유지되면서 오히려 치핵이 유발되거나 악화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다음으로 치열은 항문 주위의 피부가 찢어지면서 상처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배변 시 과도하게 힘을 주는 습관이 있는 경우, 변비가 있는 경우, 항문이 좁은 경우에 쉽게 생기며, 주로 힘을 받는 항문의 뒤쪽 (등쪽 방향)에 발생한다.

급성 치열의 경우에는 대변을 무르게 하는 대변 완화제 및 진통제를 사용하면서, 앞서 설명한 온수 좌욕을 시행하면 보통 1∼2주 이내에 회복되는 편이다.

치열이 만성화돼 치열이 발생한 주변부의 항문 피부가 변성될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만성 치열은 수술적 치료를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증상이 다소 완화되는 것이지 완치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꾸준한 관리가 필요함을 명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치루는 항문 주위 피부에 항문관과 연결된 누공이 생기는 질환이다.

항문관 내부에는 대변을 매끄럽게 볼 수 있도록 점액질을 분비하는 ‘항문샘’이 있는데 이 항문샘의 염증이 생겨 심해지면 항문 주위에 고름집이 자리 잡는 경우가 생긴다.

이를 ‘항문 주위 농양’이라고 하고, 농양이 항문 주변부의 피부로 배출되면 샛길이 생기게 된다.

이를 치루 (항문 누공) 라고 하는데 한번 치루가 발생하게 되면 배변 시 지속해서 염증이 생겨서 진물이 나거나 고름이 배출된다.

자연 회복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수술적 치료를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질환이다.

여러 개의 누공이 생기는 복잡 치루의 경우 수술적 치료도 매우 까다롭고, 수술 후 재발도 흔하다.

치루가 생길만한 다른 원인이 있는지도 파악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치루 조영술, 항문 초음파, 항문 MRI 등 여러 가지 진단 기법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괄약근 침범 여부, 누공의 위치·개수 등에 따라 치료의 방침이 달라지고, 때에 따라서는 여러 번의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치루 치료의 목표는 치루관의 제거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괄약근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에도 초점이 맞춰진다.

수술적 치료는 간단한 치루절개술부터 여러 번의 치료가 필요한 세톤고정술, 피판치환술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항문질환은 주변 사람들과 의논하기도 어렵고 부끄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주 흔한 질환이니 절대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길 바라며,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언제든지 대장·항문 전문의의 진료를 받길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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