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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광장] 관용, 이제 생존의 문제 아닌가
[아침광장] 관용, 이제 생존의 문제 아닌가
  • 원태준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 승인 2020년 05월 20일 16시 37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5월 21일 목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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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준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원태준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고대 로마 제국 말기에 공인된 이후로 중세 유럽인들의 정신을 지배한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소위 ‘이단(異端)’들의 출현이 11세기부터 유럽에서 대규모로 관찰되기 시작하였다. 10세기부터 시작한 중세온난기(中世溫暖期)의 영향으로 인해 농업 생산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자 지중해 지역을 중심으로 한 무역량 또한 증가하게 되었고, 이렇듯 성장하는 무역업에 종사하고자 하는 유럽인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비즈니스 수행을 위해 글을 읽을 줄 알아야 하는 유럽인들의 수 또한 늘어났다. 하지만 그전까지 신(神)에게 다가가기 위하여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였던 일반인들이 글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 스스로 성경(聖經)을 읽게 되었고, 이로 인해 ‘신의 말씀’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이 이루어지면서 교회의 기존 가르침을 부정하는 ‘이단 행위’로 이어지게 되었다. 가톨릭 교회와 유럽 군주들은 이러한 움직임을 뿌리 뽑기 위하여 종교 재판과 화형(火刑) 등을 서슴지 않고 시행하였다. 그러나 중세 시기를 거치면서 이단들은 오히려 유럽 전역으로 더욱 규모를 키우고 조직화 되었으며, 결국 근대 유럽의 종교 개혁 운동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이르렀다.

대한민국의 코로나 방역 노력에 큰 위기를 불러온 ‘신천지 교회’와 ‘이태원 클럽’의 근본적 이슈는 ‘극도로 조심해야 할 시기에 왜 밀폐되고 밀집된 공간에 모여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느냐’에 있다. 국민 보건 수호의 차원에서 본다면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하지만 여론과 언론의 방점은 ‘사이비광신도들과 변태성욕자들이라는 사회 거악(巨惡)들의 만행으로 인해 선량한 일반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라는 프레임에 찍혔다. 이와 같은 포커스는 그렇지 않아도 사회의 수면 아래에서 활동할 수 밖에 없는 비주류(非主流)를 더욱더 깊은 음지로 밀어 넣음으로써 당국의 접촉자 추적 노력에 커다란 어려움을 주고 사회를 더욱 위험에 빠뜨리거니와, 사회의 ‘정상적인’ 주류(主流)가 동일한 행동을 해도 ‘비정상적인’ 비주류가 유발한 참사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하면서 지금의 상황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클럽 운영을 자제하라는 권고가 떨어진 지난 5월 8일에 이태원 일대는 한산했던 반면, 강남의 경우 클럽에 들어가기 위해 바짝 붙어 줄서고 여러 사람이 빽빽이 모여 춤을 추는 광경은 예전과 다를 바 없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우리 모두 인류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바가 무엇인가에 대한 나름대로의 기준과 가치관을 가지고 산다. 따라서 우리가 공감할 수 없고 이해하기 어려운 비주류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인권과 인류애의 차원에서 인정하고 지지해야 한다는 사회의 종용은 일종의 강압(强壓)으로 느껴질 수 있다. 소수인 비주류가 다수인 주류의 사상과 가치관에 수긍하고 이를 따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며, 이렇게 해야만 정상적인 사회와 국가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마 대다수일 것이다. 심지어 현재 한국 사회에 숨어있는 비주류가 이번 기회에 사회 수면 위로 부상하면 이들을 대거 소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역사는 우리에게 사회에서의 비주류는 항상 존재해왔고, 아무리 주류의 질서 안으로 이들을 편입하고자 노력해도 비주류는 없어지지 않음을 가르쳐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이제 우리 사회의 비주류에 대한 적대감과 비관용(非寬容)이 오히려 주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비주류의 생각이나 생활 방식에 대한 주류의 공감과 지지를 무조건적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다만 비주류를 포용하지 않음으로써 주류가 미래에 감당해야 할 사회적 위험이 과연 감당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모두 허심탄회하게 논의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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