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이름을 남기려면 얼굴이 두껍거나 뱃속이 시커멓든가 둘 중 하나가 돼야 한다” 낯 두껍고 속 검은 ‘후흑(厚黑)’의 처세학을 체계화한 중국 ‘후흑학’의 창시자 이종오(李宗五·1879∼1944)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는 양심 같은 것은 개나 줘버려야 한다고 했다.

이종오의 후흑에는 하수와 고수의 단계가 있다. 1단계는 낯가죽이 성벽처럼 두껍고, 속 마음은 숯덩이처럼 시커멓다. 2단계는 낯가죽이 두꺼우면서 단단하고, 속 마음은 검으면서도 밝다. 3단계, 가장 고단수는 낯가죽이 두껍지만 형체가 없고, 속 마음이 시커멓지만 색채가 없는 경지라 했다.

이 시대가 바로 이종오가 말한 ‘후흑’의 고수들이 판치는 ‘후흑 시대’라며 선량한 시민들이 혀를 내두르고 있다. 지난해 ‘조국 사태’에 이어 올 들어 또 ‘윤미향 사태’를 맞고 있어서다. 임명 35일 만에 물러난 조국 전 장관은 웅동학원, 사모펀드, 딸·아들의 입시부정 의혹 등 일가족의 재산 형성·입시 문제, 그리고 SNS와 각종 칼럼에서 드러난 내로남불로 국민 공분의 대상이었다. 또 조국 전 장관이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재임하던 시기에 있었던 유재수 감찰 무마와 김기현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등 공적인 권력 남용에 관한 문제들이 제기돼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조국 사태는 조국과 그 일가 수준을 넘어서서 민정수석실과 청와대, 나아가 문재인 정부 수준의 문제로 확대됐다.

최근에는 위안부 관련 단체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이사장을 지낸 민주당 윤미향 당선자를 둘러싼 믿기지 않는 각종 부정과 의혹들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위안부 쉼터 매입과 운영, 윤미향 개인 계좌로 막대한 후원금을 받는 등 심각한 부조리가 한꺼번에 드러나고 있다. 이런데도 당사자는 당당하고 일부 여당 인사들이 두둔하고 있다. 후흑의 전형이다.

인간의 도는 역시 공자왈 맹자왈에 있다. “부끄러움을 모르고 악을 미워하지 않는 자는 인간이 아니다. 부끄러워 하고 미워함은 정의의 근원이다(無羞惡之心 非人也. 羞惡之心 義之端)”라고 공자가 말했다. 윤미향의 정의연은 정의의 근원부터 먼저 기억해야 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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