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최저…촤악의 경우 '역성장'

한국개발연구원(KDI)가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범위와 기간 등을 고려한 세 가지 상반기 경제전망을 내놓았다.KDI 전망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 수가 빠르게 둔화하고 백신 및 치료방법이 등장하면 올해 성장률은 상반기(0.3%)와 하반기(1.8%)를 거쳐 1.1%를 보이고 내년에는 상반기(4.9%), 하반기(2.6%)로 연간 3.7%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반면 코로나19 장기화가 돼 국내외 모두 경제심리가 위축되고 경제정책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상반기(-0.7%)와 하반기(-2.5%)를 거쳐 올해 -1.6%의 역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한편 코로나18 확산이 국내에서는 상반기부터, 세계적으로는 하반기부터 잠잠해지고 경제활동이 점진적으로 회복된다면 한국 경제가 올해 0.2%, 내년 3.9%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명동거리 모습. 연합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0.2%로 크게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실제 우리 경제가 0.2% 성장한다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5.1%) 이후 22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세를 기록하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0.8%)보다도 심한 침체를 겪는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일 발표한 ‘2020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우리 경제가 올해 상반기(-0.2%)와 하반기(0.5%)를 거쳐 연간 0.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1월에 전망했던 2.3%보다 2.1%포인트 낮춰잡은 수치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 역성장할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

KDI는 내년 성장률을 3.9%로 제시하면서 “기저효과 등을 감안하면 내년에 잠재 성장 경로(2.4%로 추정)에 도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파산과 가계파산, 실업 등이 발생하면 코로나19가 지나간 이후에도 경기회복이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며 “금융정책, 유동성 공급, 고용안정을 위한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KDI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국제통화기금(IMF, -1.2%)이나 골드만삭스(-0.7%), 금융연구원(-0.5%)보다는 높지만, 현대경제연구원(0.3%)보다는 낮다.

KDI는 이날 함께 발표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시경제 경로 전망’ 현안분석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활동이 내년에나 점진적으로 회복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올해 성장률이 -1.6%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코로나19가 조기 진정되는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1.1%까지 올라가는 ‘V자형’ 회복을 예상했다.

KDI는 최근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영향으로 민간소비와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수출은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에 따른 주요국의 봉쇄 조치로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성장세를 제약하는 주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수출액은 올해 15.9% 감소할 것으로 KDI는 내다봤다. 작년(-10.3%)에 이어 2년 연속 감소를 기록한 뒤 내년에도 4.1%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경상수지는 올해 수출물량 축소에도 교역조건이 개선되면서 작년(600억 달러 흑자)과 유사한 594억 달러 흑자를 기록한 뒤 내년에는 내수 회복에 따른 수입증가로 흑자폭이 409억 달러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소비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면접촉 기피로 서비스 소비를 중심으로 상반기 4% 급감하는 등 올해 2% 감소했다가, 내년에는 5.3%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의 국내확산이 둔화하면서 국내소비는 빠르게 회복하겠지만, 당분간 국가 간 이동제한이 지속하면서 국외소비는 내년까지 부진이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비자 물가는 기대인플레이션의 하락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경기 위축과 유가 하락 등이 겹치면서 지난해와 같은 0.4% 상승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실업률은 가파른 경기 위축에도 경제활동 참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지난해(3.8%)보다 소폭 높은 3.9%를, 내년에는 4.1%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취업자 증가폭은 대면접촉이 많은 서비스업에서 발생한 충격을 정부 정책이 부분적으로 보완하면서 올해 0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20만 명 초반 수준으로 내다봤던 작년 하반기 전망에서 대폭 낮춘 것이다.

KDI는 대내외 경제여건을 볼 때 우리 경제는 성장세가 큰 폭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성장경로에 대한 불확실성도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 취약계층 지원과 거시경제 안정, 경제시스템 보호에 중점을 두고 경제정책을 운용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재정정책은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되 연내 추가 재정지출이 필요할 경우 한시적이고 가역적인 성격의 지출을 중심으로 편성하고, 중장기적으로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은 사업은 지출을 충당하기 위한 재정수입 확보방안을 병행해 추후 본예산에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KDI는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위기 극복을 위해 시행한 한시적 정책이 생산과 자원 배분의 효율성 훼손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코로나19 이후 부각될 신성장산업으로 자원이 원활하게 배분될 수 있도록 경제 구조의 유연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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