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 동시집 ‘산비둘기’ 표지. 창비 제공

경북 안동에서 자품 활동을 했던 아동문학가 권정생(1937~2007)은 ‘강아지똥’, ‘몽실언니’ 등 동화로 유명하지만, 동시도 평생 썼다. 애니메이션으로까지 만들어진 ‘강아지똥’도 원래는 동시로 썼다가 동화로 고쳐 쓴 작품이다.

권정생은 안동의 한 교회 문간방에 살며 주일학교 교사를 하던 1972년 6월 동시집을 손수 만든다. 이른바 ‘수제 동시집’인 셈이다.

사인펜으로 동시를 쓰고 직접 그림을 그려 넣고 색종이를 오려 붙인 이 동시집을 딱 두 권 만들어 한 권은 ‘기독교 교육’ 편집인이던 오소운 목사에 선물한다.

동시 25편이 실린 동시집 ‘산비둘기’이다.

도서출판 창비와 아동문학 연구자 이기영에 따르면 권정생이 소장했던 한 권은 행방이 묘연하고 오 목사가 받은 한 권이 남았다.

당시 정성 어린 선물에 감동한 오 목사는 동시집에서 동시 ‘매미’를 골라 ‘기독교 교육’ 1973년 6월호에 실으며 출처를 ‘권정생 동시집 산비둘기’라고 밝힌다. 정식 출간되지 않은 시집이지만 세상에 처음 존재를 알린 시기다.
 

아동문학가 고 권정생.
아동문학가 고 권정생.

창비는 이 동시집을 권정생이 직접 그린 표지와 삽화 등을 그대로 살린 영인 형태로 공식 출간했다. 권정생이 전업 작가가 되기 전 습작처럼 작업한 시집이 약 반세기 만에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시집에는 가난하고 병약하던 권정생의 청년 시절이 고스란히 담겼다.

일본에서 태어나 해방 후 우리나라에 건너온 권정생은 1955년 부산에서 점원 생활을 하던 중 결핵을 앓기 시작한다. 몇 년 동안 고통스러운 투병 생활을 했지만, 모친의 극진한 간호 덕분에 회복된다. 하지만 어머니가 이후 급격히 쇠약해지면서 작고하고 권정생은 큰 상처를 받는다.

이런 심경을 반영하듯 시집에는 어머니를 주제로 한 시가 9편이나 담겼을 만큼 세상을 떠난 모친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 안타까움을 거듭 노래한다.

어머니가 아프셔요
누워 계셔요

내 아플 때
어머니는 머리 짚어 주셨죠

어머니
나도 머리 짚어 드릴까요?

어머니가 빙그레
나를 보셔요

이렇게 두 손 펴고
살포시 얹지요

눈을 꼬옥 감으셔요
그리고 주무셔요

나도 눈 감고
기도드려요

(시 ‘어머니’ 전문)

시집에는 이 밖에도 자연을 노래하거나 하나님과 인간을 다룬 순정한 동시들이 담겼다. 동요 ‘우리 집’, ‘매미’, ‘달님’, ‘참꽃’도 이 시집에 실린 동시를 노래로 만든 것들이다.

아픈 엄마 개가
먹다 남겨 둔
밥그릇을
달님이 지켜 주고 있지요.

(시 ‘달님’ 일부)

보리매미
잡았다

들여다보니
까만 두 눈
꼭 석아 같구나

감나무에 올라가
노래 부르던

매미도
나를 쳐다보네
꼭 석아 같은 얼굴로

먼 어느 곳에서
석아도 나처럼
그리울 거야.

(시 ‘매미’ 전문)

권정생이 정식 출판한 첫 번째 책은 동화집 ‘강아지똥’(1974. 세종문화사)이다. 공식 등단작 이후 ‘몽실언니’를 비롯한 많은 동화와 소년소설을 펴냈고 2007년 별세 이후에도 미발표 작품들이 다수 출간됐다.

권정생과 가까웠던 안상학 시인은 발문에서 “이 동시집은 아마도 그의 미발표 저작 중 마지막으로 공개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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