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능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지지도)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까지 실시한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평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가 65%로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27%)의 2.4배나 되고 있다. 압도적인 총선 승리에다 문 대통령의 지지도가 역대 어느 대통령도 받아보지 못한 높은 지지율에 도취 된 청와대와 여권에서 문 대통령을 조선의 태종과 세종에 비유하는 ‘문(文)비어천가’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평가를 긍정적으로 지지한 국민의 ‘지지 이유’가 ‘코로나19 대처를 잘해서’가 49%로 절반에 가깝고 ‘경제정책’과 ‘일자리 창출’을 잘해서라는 항목에는 각 1%에 머물고 있다. 과연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후에도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지금과 같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보는가.

‘문비 어천가’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후 외쳐도 늦지 않다. 국민은 먹고 사는 데 제일 민감하다. 코로나19 사태의 후유증으로 실업자가 속출하고 영세기업과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줄을 잇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서 지급한 ‘재난기금’이 국민의 지갑에서 바닥이 났을 때 과연 대통령지지도가 현재의 수준을 유지 할 것이라고 보는가.

대통령의 국정지지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국민의 절반이 코로나19의 대처를 잘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국민은 고작 2%에 불과하다. 이런데도 청와대나 여권에서 ‘문비 어천가’에 매달려 태종과 세종의 축가를 계속 불러댈 여유가 있다고 보는가. 머잖아 코로나도 진정될 것이다. 나라의 곳간이 텅 빈 국가 경제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정적 평가를 내린 응답자의 20%가 ‘경제·민생문제 해결부족’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2017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 때 행한 취임사의 화두는 ‘통합과 공존으로 새 세상을 열어가는 것’이었다. 지난 3년간 이 약속이 지켜졌는가. 국민은 좌우 진영으로 나눠져 극심한 대결을 빚고 있다. 문 대통령의 임기도 이제 2년밖에 남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 인사들은 ‘문비 어천가’로 문 대통령을 태종과 세종의 성군을 덧입히는데 경쟁까지 벌이고 있다. 후계자 세종의 통치기반을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해 처남 민무구·무질 4형제와 세종의 장인이며 사돈인 심온까지 죽여 외척의 씨를 말려 버리는 냉혹한 면을 보인 태종이지만 인재등용에서는 출신을 따지지 않고 발탁해 적재적소에 앉힌 공과는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태종은 고려 조정의 충신으로 두문동 세력인 황희를 발탁해 세종을 도와 18년간 영의정을 지낸 명재상을 만들었고 당시 숭유억불의 조선에서 철저한 불교 신자였던 변계량을 발탁해 조선조 기틀을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도록 했다. 무신 출신 최윤덕을 이례적으로 좌·우의정까지 시켰으며 아전 출신 이예를 발탁해 대일외교의 최고 외교관으로 키웠다.

과연 코드만 따지고 내 편만 쓰는 문 대통령을 태종과 비교를 할 수 있는가. 태종은 “공(公)을 위해 사(私)를 희생하는 것은 공직자와 정치인의 출발점”이라는 진리를 실천한 통치자였다.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엔 세종의 모습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 2017년 4월 대선후보 TV토론회서 세종을 가장 닮고 싶은 인물로 꼽았다. 이듬해 10월 한글날 세종대왕 영릉을 방문했을 때 세종에게서 뭘 배웠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우선 있는 걸 고치고 도저히 안 되면 바꿔라”는 개심역려(改心易廬)라는 세종 어록을 인용해 답을 했다.

세종은 집현전이라는 싱크탱크로 젊은 인재들을 발탁해 학문을 논하고 사회의 각종 제도를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데 힘쓴 성군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년 어떻게 하였나. 취임 후 곧바로 탈원전을 비롯해 소득주도성장, 비정규직 정규직전환, 최저임금제, 주 52시간제, 일자리 창출 등 한꺼번에 급격한 경제정책을 쏟아냈다. 그 부작용으로 한국 경제가 과부하에 걸렸다.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과거를 치켜세우거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재를 보는 안목을 넓히기 위해서다”고 했다. 세계 권력자들이 자신을 미화하기 위해 역사를 차용했다가 조롱거리가 된 사례를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