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센 공허를 희망이라 부른다
그리움의 못을 땅땅 박아놓고
세월을 걸어둔다
공허에는 금이 가지 않는다
영혼이 없다는 말은
눈물 한 방울이 만든 방에서
한없이 불어난다
그렇다면 사랑은 무엇일까
말할 수 없는 혀가 입안에서 우주만큼 커진다
사랑이에요
이 말할 수 없는 증폭이
나보다 큰 나를 안고 있는 당신이

하늘의 틈이 벌어지고
끝없는 눈이 내린다


<감상> 공허는 텅 비어 있고 밝으니 굳센 희망이라고 말해도 된다. 공허는 받아들일 줄 알기에 금이 가지 않는다. 영혼이 꽉 차 있지 않고 한 없이 불어난다. 사랑도 이 공허에서 비롯된 것으로 우주 만물과 결부되고 우주만큼 커진다. 그 우주의 중심에 사랑하는 당신이 있기에 나를 안고 가기에 충분하다. 당신이 조금만 틈을 내 주면 나는 한없이 증폭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움이 온 천지에 가득하면 하늘의 틈에서 눈이 내릴 것 같은 일요일이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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