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에 방역 물품을 지원한 데 대해 “주낙영 시장 해임하라”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우리 정부가 중국에 마스크를 지원했을 때도 논란은 있었지만 경주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호 도시에 방역 물품을 지원하는 것을 두고 과도하게 비난하는 것은 소아병적인 반일 정서에 지나지 않는다. 심지어 ‘주 시장을 해임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경주시가 지난 17일 자매결연 도시인 일본 나라시(奈良市)와 교류도시인 교토시(京都市)에 각각 비축 방호복 1200세트와 방호용 안경 1000개를 지원했다. 이를 두고 일부 네티즌들이 경주시장 사퇴, 경주 불매운동을 주장하는 등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런 과도한 지적을 보면서 일본 거리에서 ‘독도가 일본 땅’이라 외쳐대는 극우의 준동을 보는 듯하다.

국제적으로 코로나19 모범 방역국으로 명성을 얻은 우리나라는 이제 통제 가능한 수준이 됐다. 비록 이태원발 확산이 이어지고 있지만 학생들의 등교개학을 단행할 정도로 안정적인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 비축해 둔 방역 물품을 이웃 나라에 지원하는 것을 두고 극성스럽게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주낙영 경주시장이 SNS를 통해 방역 물품 지원이 ‘상호주의 원칙’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경주가 지진으로 큰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일본 나라시를 비롯한 해외 우호 도시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주 시장이 밝힌 것처럼 코로나19가 한창 일 때 중국 시안, 양저우, 칭다오로부터 마스크 등 방역 물품도 지원 받았다. 그렇다고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중국 내에서 비난의 대상이 됐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상호주의’를 말하기 앞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을 돕는 것은 인도주의 차원의 인류 공동의 선이다. 어느 지식인의 주장처럼 최근 우리 사회 일부에서는 ‘반일(反日)’이 원리주의 종교처럼 폭주하고 있다.

경주시의 지원을 두고 일부에서 ‘토착 왜구다, 쪽발이다, 정신 나갔다’ 등의 비난을 하고 있다. 150년 전 척화비 시대를 연상케 한다. 해괴하게도 ‘토착 왜구’라 비난하는 이들에게 진심으로 묻고 싶다. 주 시장이 일본 앞잡이란 말인가. 지금 우리 사회에 정말로 일본을 숭모하는 세력이 있기나 하단 말인가.

경주시가 방역 물품을 지원한 나라시와 교토시는 경주시와 역사문화도시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서 교류가 깊은 도시들이다. 경주시와 나라시는 결연을 맺은 지 50년이나 됐다. 이런 우호 도시에 방역 물품을 전한 것은 한·일 양국의 미래를 위해서 좋은 일일 뿐 아니라 방역과 문화 선진국으로서의 아량을 보여준 것이다. 진정한 극일(克日)은 비난하는 말로 되는 것이 아니다. 포스코가 신일본제철을 앞지른 것처럼 각자가 저마다의 위치에서 일본을 능가하는 실력을 갖추고 힘을 기를 때 극일이 가능하다. 경주시와 주 시장에 대한 과도한 비난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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