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북미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 간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서 해나가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사업도 있고 일부 저촉된다 하더라도 예외승인을 받을 수 있는 사업이 있으므로 그런 사업을 함께 해나가자” 2020년 5월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 후, 남북협력과 관련된 기자의 질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답변한 내용이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문 대통령과 궤를 같이하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안보리결의안 때문에 남북한의 독자적 경협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어느 주장에 무게가 실릴까? ‘안보리는 강대국이 주도하는 집단안보’라는 점을 대입시키면 해답은 금방 나온다.

2016년 2월 12일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이후 6건의 ‘안보리 결의안’이 나왔다. 2356호(2017년 6월 2일)와 2371호(2017년 8월 5일) 외 4건은 남북경협과 직접 관련이 있다. 2270(2016년 3월 2일)호는 북한 내 금융기관 설치를 금지하는 등 북한으로 현금반입을 엄격하게 통제한다. 2321호(2016년 11월 30일)는 대북 무역을 위한 모든 공적 및 사적 금융 지원을 막고 있다. 2375호(2017년 9월 11일)는 대북 합작사업 및 북한산 직물과 의류 수입을 금지한다. 2397호( 2017년 12월 22일)는 기계류, 전자기기, 운송기기 등의 대북 반입을 금지한다. 2016년 2월 시행된 미국의 「대북제재강화법」은 북한과 거래하는 국가를 제재한다.

먼저 금강산 관광이다. 2008년 7월 11일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의 피격으로 사망한 이후, 이 사업은 중단되었다. 상당수 국민과 국회의원은 ‘현금의 대북 이전’을 금지한 안보리결의 2094호를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금강산 관광이 가능하다고 본다. 북한에서 소비하는 돈은 현지 경협 업체가 대부분 회수하고, 북한이 금강산 입장료를 받지 않고 개별입국하면 된다는 의미다. 궤변이다. 안보리결의안 2375호가 북한과 기존 및 신규 합작사업을 금지하기 때문에, 북한에 경협 업체가 들어갈 수 없다. 북한과 함께 금강산 관광사업을 재개할 수 없다. 게다가 관광사업은 인도적 사업과 무관하므로, 예외사업으로 인정받을 수도 없다.

다음으로 개성공단이다. 안보리결의안 2375호에 따라 남북합작사업인 개성공단 재개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개성공단 기업인뿐만 아니라 상당수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은 “인도주의적 지원과 제재 대상 이외 사업에 대해 조치 일부를 면제할 수 있다”라는 동 결의안 26항을 이용하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역시 궤변이다. 인도주의적 조처는 UN 산하 기구나 NGO를 통해 북한 주민에게 이루어지는 의료와 식량 지원 등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개성공단 재개는 제재 대상 예외가 아니다. 안보리로부터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다는 의미다. 떼를 쓰는 것은 부족이나 집단 수준이지 국가 수준이 선택할 행태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강릉과 제진을 잇는 남북한 철도연결이다. 이 계획이 완성되면 남북한 간 관광 활성화는 기본이다. 일본과 한국 제품을 중앙아시아나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실어 유럽시장에 도달하게 하는 등 한국은 세계공장과 물류허브가 될 수 있다. 더불어 미국과 유럽 기업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데 이바지하여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다. 그러나 현시점에서는 불가능하다. 기계류, 전자기기, 운송기기 등의 대북 반입을 금지한 안보리 결의안 2397호 때문이다. 미국의 「대북제재강화법」도 문제다. 미국이 철도연결 과정에서 핵무기 제조자금이 북한으로 흘러들어 갈 수 있고, 철도연결을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통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안보리결의안의 틈새를 찾을 수 있다” “예외승인이 가능한 사업이 있다.” 현 정부가 출범한 지 3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계속 틈새와 예외를 찾고만 있었는가? 따라서 이 말은 국민의 지지를 유지하기 위한 수사적 발언이거나 대북정책의 오류를 덮으려는 말에 불과하다. 대북관계는 국제관계의 영향이 대부분이다. 중재자로서 미국과 북한 사이의 교집합을 찾아내는 것이 최우선이다. 단순한 중재자가 아니라 ‘중재자+보증자‘가 되어야 한다.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중재자로서 신뢰를 얻는 데 한계가 있다면, 중국-러시아-일본을 공동 보증자로 확보해야 한다. 다음이 북한과 관계유지이다. 인도적 지원, 이산가족 상봉, 실향민 고향 방문, 유해 공동발굴 사업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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