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경실련이 24일 청와대 앞에서 LG전자 구미공장 생산라인 해외 이전 대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LG그룹은 지난해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구미시 구미코에서 상생형 구미일자리 투자협약식을 가졌다. LG그룹은 구미국가산업단지 제5단지에 2024년까지 5000억 원을 투자해 연산 6만t의 배터리 양극재 생산 계획을 밝혔다. 당시 문 대통령은 해외 진출의 방향을 바꿔 국내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해 준 LG화학에 사의를 표한다고 치하했다.

그런데 LG그룹은 구미형일자리사업이 채 첫 삽도 뜨기 전에 구미에 있던 사업장을 해외로 이전하겠다는 발표했다. 이에 대해 지역민들은 “정치·자치단체 지도층은 뭐하나”하는 자성론과 함께 “LG가 구미 시민들을 우롱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구미형일자리 사업이 추진된 지 1년이 다 돼 가는 시점에 구미 투자에 속도를 내기는커녕 기존의 생산라인을 빼 가느냐는 것이다.

급기야 시민단체가 청와대 앞 시위에 나섰다. 구미경실련은 기자회견에서 LG그룹의 대체 투자를 촉구했다. LG그룹이 계획하고 있는 구미형일자리사업의 투자금을 5000억 원에서 1조 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LG디스플레이 구미공장 6곳 중 가동이 중단된 3곳에 신규 사업 투자를 요구했다. 구미경실련의 이 같은 요구는 정부의 리쇼어링(제조업 본국 회귀) 지원 정책과도 부합하는 것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리쇼어링은 기업이 생산과 공급망 관리 차원에서 충분히 고려할 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안정성과 국가 간의 교역이 정치적 상황에 따른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기존 국내 투자에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효율적이라는 경제정책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경북 정치권이나 자치단체가 아닌 경실련이 먼저 청와대에 대책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구미경실련이 오죽 답답했으면 정치 경제계가 나서 줄 것을 호소했겠는가. 한 때 국내 수출의 심장으로 불리던 구미산업단지 수출은 6년 만에 37%가 급감했고, 공장 가동률은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또한 구미시는 지난해 일자리 감소 전국 1위, 실업률 7년 연속 전국 1~5위 등 끝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구미 시민들은 ‘글로벌 넘버 원 디스플레이(Global No 1 display)’가 선명하게 새겨진 LG전자 구미공장을 지날 때마다 향토기업으로 생각하고, 구미의 자존심이자 자랑으로 여겨 왔다. LG그룹은 이 같은 지역민들의 절박한 바람과 염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LG그룹은 무엇보다 상생형 구미일자리사업의 속도를 내야 한다. LG그룹의 구미 투자 확대와 촉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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