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비정규직교수노조 '투표 참여'·총학생회 '반영비율 상향' 농성
영남대, 총추위 구성 등 개정안 놓고 학교법인 vs 교수화·노조 갈등

경북대학교 전경.
새로운 총장 선출을 앞둔 경북대학교와 영남대학교가 총장 선출 방식 등을 놓고 내부갈등을 겪고 있다.

2012년 간선제로 전환된 이후 8년 만에 직선제로 총장을 뽑는 경북대는 최근 총장후보자 선정규정 시행세칙을 확정했지만, 총학생회와 강사노조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북대 교수회는 지난 22일 7월 15일 선거(온라인) 당일 교수와 조교를 포함한 직원, 학생 모두 1인 1표를 행사하는데, 반영비율은 교수 80%, 직원 15%, 학생 5%로 하는 시행세칙을 확정했다. 이런 결정과 달리 비정규직교수노조는 총장 선거 참여를 요구하고 있고, 총학생회는 반영비율을 25%까지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시활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 경북대분회장은 “고등교육법상 교원의 범주에 강사가 포함되는데도 교수회는 규정을 변경하는 등의 방법으로 할 수 있는 투표 참여를 보장해주지 않았다”며 “총학생회와 연대한 투쟁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대 교수회는 25일 ‘총장임용후보자 선거 관련 비정규직교수노조와 총학생회의 교수회 점거, 평의회 방해 등에 대한 사실관계 보고’ 문서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뒤 “점거 농성 등의 방법으로 교수회 점거와 평의회 방해 등 불법적인 공무집행방해를 한 비정규직교수노조와 총학생회와는 어떤 방식의 타협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개정특위와 선거인 비율 관련 협의체까지 만들어 온·오프라인 논의와 회의를 했음에도 점거 농성 등의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참으로 안타까움을 떨칠 수 없다”며 “지난해 3월에 이어 올해 5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교원과 직원, 학생의 선거인 참여 비율에 대해 어떠한 유의미한 변동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23명으로 구성한 총장임용추천위원회는 교수회 평의회가 확정한 시행세칙을 근거로 26일부터 총장선거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 달 20~21일 후보자 등록에 이어 7월 14일까지 선거운동 기간에 공개토론회 등을 거친다.

문우현 경북대 총학생회장은 “과거에 그랬듯이 오로지 교수들만의 선거가 아니라 시대 흐름에 맞춰서 다양한 대학 구성원의 합의와 견제를 통해 총장을 선출해야 한다”며 “오늘 저녁에 중앙운영위원회를 통해 총장 선거 보이콧, 법적 대응 등 다양한 대응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전했다.
영남대 전경.
영남대 교수회와 직원 노조는 총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을 2배 이상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은 총장 선출제도 개선안을 적용할 것을 학교법인에 촉구하고 있다. 서길수 총장의 임기는 내년 1월 31일까지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5일 공청회를 통해 합의한 총장 선출제도 개선안을 학교법인 영남학원 이사장 등에게 전달했으나 별다른 답을 얻지 못하자 20일부터는 750여 명의 교수와 직원을 대상으로 기존 총장선출제도에 대한 평가, 법인 운영에 대한 평가, 현 총장에 대한 평가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법인이사회 추천 3명, 교수회 추천 3명, 직원노조 추천 1명, 총동창회 추천 1명, 지역 저명인사 1명 등 9명으로 이뤄진 기존 총추위 위원을 교수대표 11명, 직원대표 4명, 총동창회 추천 2명, 학생대표 2명, 법인대표 3명 등 모두 22명으로 확대하고, 최종총장후보자 추천 방식도 순위 표시 없이 후보자 3~5명 추천에서 득표율 순위를 명시한 후보자 2명 추천으로 바꿀 것을 결의했다. 총장후보자 평가도 총추위만의 서류와 면접 심사 대신에 총추위가 자체 심사를 통해 3~5명의 후보자를 선정하면 정규교직원 대상 정견발표와 토론회를 하고 정규교직원이 각 후보에 대한 가부 투표를 하도록 했다.

김상수 영남대 노조위원장은 “3월에 총장 선출제도 개선안에 대해 270여 직원 가운데 95%가 찬성했다”며 “정견발표회나 토론회를 통한 학교 구성원과 의사소통을 통한 새로운 총장 선출에 대한 열망이 매우 높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어 “27일 교직원 설문조사가 끝나면 나오면 6월 17일 예정된 법인 이사회에 참석해서 의견을 전하거나 이사장 면담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승렬 영남대 교수회 의장은 “학교법인이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한다면 기자회견과 농성 등 물리적 실력행사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한재숙 학교법인 영남학원 이사장은 “6월 17일 이사회 때 총장 선출제도 개선방안과 관련해 보고하고 이사들과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