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죄·배상 요구에 학생들까지 고생시킨 것 생각하니 울컥"
정의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인권·명예 회복 적극 매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기자회견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정신대와 위안부는 엄연히 다른 피해라고 구분했다. 지난 30년 동안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와 정의연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로부터 이용당했다고 폭로하는 자리에서다.

이 할머니는 25일 대구 호텔인터불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신대는 공장에 갔다 온 할머니들이다. 아주 더럽고 듣기 싫은 위안부하고는 많이 다르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어제(지난 24일) 가만히 생각하니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생명을 걸고 끌려간 위안부 피해자들을 정신대 피해 할머니와 합해서 쭉 이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30년을 그렇게 (활동)해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이 빚어 놓은 밀가루 반죽이라면 그 속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팥소로 사용한 것이라고 비유했다. 지난 30년 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정대협·정의연과 활동하다 이달 초부터 해당 시민단체를 비판한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그녀는 "정신대 대책 모임이 정신대 모임만 할 것을, 위안부 피해자들을 모임에 사용했다. 바보같이 당하고 살았다"며 "30년 동안 ‘사죄해라’, ‘배상해라’라고 했지만, (정신대·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섞어서 배상하라고 하는데 일본 사람이 무엇인지 알아야 사죄를 하고 배상을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할머니는 "30년 동안 사죄·배상을 요구하고 (참여한) 학생들까지 고생시켰다. 이것을 생각하니 자다 일어나서 펑펑 울었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또 "(정신대 관련 모임이) 무슨 권리로 위안부 피해자를 이용했는지 모르겠다"며 "내가 왜 바보같이 당하면서 여태 말도 못한 것을 생각하니 기자회견을 통해 이것을 반드시 밝혀야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할머니는 "저는 집회 방식을 바꾸자는 것이지 끝내는 것이 아니다"며 김학순 할머니가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한·일 학생들에게 역사를 교육하는 것으로 새롭게 바꾸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국민 여러분도 모두 피해자다. 조상들이 다 끌려갔고 대한민국 형제·자매가 다 피해를 당했다"며 "제가 있어도 (일본이) 거짓말을 한다. 대대로 해결해야 한다. 여러분이 이 문제에 앞장서 후손들에게 올바른 역사교육을 시키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정의연은 설명자료를 발표했다. 이 할머니가 정신대와 위안부 피해를 구분해 정대협·정의연을 비판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의연은 정대협이 활동을 시작한 1990년대 초에는 피해 실상이 알려져 있지 않아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정신대’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대협은 일관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을 위해 활동해온 단체라며 정대협에 포함된 정신대는 운동의 역사적 산물에 불과하다고 부연했다.

정의연은 정대협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긴 증언집 발간을 통해 위안부 문제의 역사적 진실을 정확히 알리고 가해자의 범죄인정과 그에 따른 책임 이행을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증언집이 피해자의 존재를 알렸고, ‘증거 문서부재’를 이유로 불법성을 부인하는 일본 정부에 대한 가장 강력한 증거자료로 활용됐다는 것이다.

정의연은 일본우익과 역사부정주의자들이 피해자의 증언을 부정하며 위안부 피해자의 인권과 명예를 훼손하는 행태를 보이는 데 있어 가장 많이 악용되고 공격받았던 분이 바로 이용수 할머니라며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보고 안타까운 심정이 든다고 했다.

이들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은 사회적 맥락이 반영된다"며 "가해자들은 최초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 이후 자신들의 책임을 부정하기에 급급했고 피해자들의 증언의 신빙성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들은 피해를 입증하기 위한 노력을 했고 그 과정에서 피해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가해자에 맞서 피해자들의 증언 중 일부가 변화되는 과정이 나타나지만, 피해의 본질적인 내용은 결코 변한 적이 없다"며 "오늘(25일) 이 할머니께서 세세하게 피해사실을 말씀하신 것으로 안다. 가해자들이 하루 빨리 자신들의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법적책임을 이행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가 훼손당하지 않는 날이 올 수 있도록 정의연이 더욱 최선을 다해 활동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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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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