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장.

대구·경북은 한반도에서 역사가 기록된 이래 부동의 리더였다. 이 땅에 최초의 통일국가를 세우고 주요 고비마다 시대의 진로를 제시하고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고자 분연히 일어나고 해방 후 경제 발전을 선도한 주역은 대구·경북인들이었다. 사람들은 그런 희생과 헌신을 일러 태산교악(泰山喬嶽)의 기상이라 하거나 민족사 개척의 리더십이라고 했다. 이러한 전통 위에서 대구와 경북의 발전이 이루어졌다.

오랜 세월 동안 한 살림하면서 성장을 거듭한 대구·경북은 1981년 행정 분리 이후 마음의 울타리를 키웠다. 저마다 잘 살기 위한 선의의 경쟁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이라 해도 그 양상은 상호 현실 인식이 얼마나 비현실적이었던 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결국, 서로 다투는 사이에 지역 사정은 크게 나빠졌다. 대구는 어느새 대한민국 3대 도시의 위상을 잃었고, 경북마저 웅도의 면모를 지켜내기가 쉽지 않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대구와 경북은 십여 년 전부터 경제권역의 광역화라는 세계적 추세에 주목하며 연계협력을 강화해왔다. 역사·문화적 동질성을 바탕으로 단절의 벽을 허물고 경제통합에 나서는가 하면, 보다 광범위한 수준의 실질효과 창출을 위한 상생에 주력했다. 그러나 어려움은 여전하다. 대구·경북은 핵심인재 부족에다 지리적 입지 불리에 따른 경제적 고립, 공간적 소외를 감당해야 하는 실정이다. 특히 중국과 일본이 국가 차원에서 광역경제권을 키우고, 국내에서 수도권뿐만 아니라 강호축과 부울경 경제권 구축 움직임이 구체화할수록 대구·경북의 지경학적 오지화는 한층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또 최근 불어 닥친 코로나19 사태는 지금과 같은 단순한 연계협력을 넘어선 구체적이고 견고한 체계가 절실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대구·경북 시 도민이 지역의 21대 국회의원 당선인들에게 바라는 게 무엇인지는 분명해진다. 바로 생존 지원이다. 코로나 충격을 맞은 지역 기업이 활력을 되찾고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민생 안정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것이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 생태계 조성과 신산업 육성에 힘을 보태고 대구의 중추도시 역량과 경북의 무한 잠재력을 결합해 지역 재도약을 앞당기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이 모든 현안을 효과적으로 풀어가자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두 가지 당면과제가 있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과 행정통합이다. 다 알다시피 통합신공항은 대구·경북의 최대 최우선 뉴딜사업이자 지역 경제와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메가 프로젝트이며, 행정통합은 위기 극복에 필요한 최고 단계의 자주적이고 자조적인 조치이다. 그동안 과제의 중대성을 깨달아 지역 내부적으로 논의와 진전이 있었으나 결실 맺지 못했다.

지금은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부디 21대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이 지도력을 발휘해서 지역 현안과 과제를 속 시원하게 매듭짓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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