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주호영 원내대표 회동…원 구성 협상 두고는 신경전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실에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회동을 갖고 발언하고 있다.연합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26일 여야 원내대표가 원구성 협상을 위한 첫 회동을 가졌지만 예상대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원구성 협상의 최대 핵심은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어느 당이 차지하느냐로, 20대 국회에선 여당의 입법 독주를 견제한다는 취지에서 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거대여당으로 탄생한 여당이 쉽게 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법사위는 각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을 최종 심사하며 ‘상원’ 역할을 하는 곳인 만큼,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어 결국엔 원구성 협상의 최대 관건으로 꼽힌다.

더불어 18개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 배분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의 관례는 정당 의석수에 비례해 상임위원장 자리를 나눠 가졌다.

관례대로라면 21대 총선에서 177석을 얻은 더불어민주당은 11~12개, 미래한국당과 합당으로 103석을 얻은 미래통합당은 6~7개로 배분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관례를 따르지 말자”는 주장이 거세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단은 6월 5일까지, 상임위원장은 6월 8일까지 선출해야 한다.

이날 회동에서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국회도 제대로 혁신해야 한다”며 “일하는 국회, 나아가 일할 수 밖에 없는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법정기간 내 원구성을 촉구했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법정기간을 준수해 국회를 개원하고 제대로 일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다만 “협상이란 건 상대가 있으니 역지사지해서 서로의 입장을 잘 챙기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압승한 민주당을 향해 “야당일 때 입장을 좀 고려해주시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180석 가까이 되니까 인해전술로 압박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이날 회동에서 일하는 국회를 만들자는 것과 국회법에 명시된 개원 날짜를 맞추자는 등 원론적인 수준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민주당은 상임위 협상을 두고 다양한 변수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통합당에 내주되,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기능을 빼고 주거나, 또는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기간을 현행 120일에서 90일로 대폭 줄이는 안이다.

두 가지 방안대로라면 법사위 권한은 대폭 축소된다. 이에 따라 법사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넘겨줘도 정부 여당의 개혁 과제들을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주 원내대표는 “여당의 독주와 법안 강행처리(날치기)를 막기 위해서는 기존 관례대로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며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 역시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