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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포럼] 국민연금
[경북포럼] 국민연금
  •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 승인 2020년 05월 27일 16시 29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5월 28일 목요일
  •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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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수많은 공국으로 분열된 독일은 프로이센을 중심으로 통일 국가를 이룩한다. 19세기 중엽의 일이다. 철혈 재상으로 불린 비스마르크는 독일 제국을 선포하고 다양한 조치를 펼친다. 그중의 하나가 사회 보험 제도. 히틀러가 최초로 마련한 동물 보호법과 더불어 세계사 아이러니로 꼽힌다.

현대 사회 4대 보험 중에서 세 개는 비스마르크가 처음으로 도입했다. 의료 보험·산재 보험·연금 보험이 그것이다. 물론 노동자들 좌경화를 막기 위한 정치적인 의도가 있었다. 그의 복지 정책으로 지지 기반을 잃을까 우려한 사회주의 세력은 그 법안에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20세기 초엽 역사는 새로운 체제를 태동시킨다. 러시아 혁명으로 사상 초유의 사회주의 제국인 소련(소비에트 공화국 연방)이 창건된 것이다. 당시 지구촌 공산주의 운동의 본부였고 각국의 공산당은 코민테른 승인을 얻어야 했다.

결국 세계를 양분하면서 냉전 시기를 이끌던 위대한(?) 실험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소연방이 해체되면서 공화국은 독립했다. 하지만 그것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역사 진보의 발걸음이 된다. 나라가 국민의 복지를 책임진다는 철학을 만방에 퍼뜨린 점이다.

18세기 중엽 일어난 산업 혁명은 경제의 양극화라는 그늘을 드리웠다. 정국 구도가 뒤바뀔 만큼 상황은 갈수록 악화됐다. 이를 완화하고자 인류는 대응책을 마련한다. 첫 시도는 사회주의 채택이었으나 앞에서 말했듯 여의치 않았다.

서방국은 재정을 통한 분배를 추진했다. 정부 지출 확대로 일자리를 만들고 사회 안전망을 세웠다. 하지만 복지 비용 마련을 위한 재원 문제에 봉착했다. 세율을 올리고 빚을 내면서 주력 산업이 무너졌다. 최고의 복지 국가라 자랑하던 스웨덴 위기와 수년간 지속된 남유럽 사태가 일례이다.

그 무렵 그리스 아테네를 여행하던 때였다. 교포 출신 현지 가이드 부탁이 지금도 생생하다. 남편의 나라가 어렵다고 요모조모 상기하면서 도와 달라는 신신당부. 그때 아테나 여신의 상징인 청동제 올빼미 소품을 구입했다. 올리브 제품과 달리 가격이 비싸 일순간 망설였다. 요즘도 푸른 녹이 밴 동그란 눈이 지혜를 선사하는 듯하다.

평범한 직장인 ‘이다 메이 풀러’는 재정학 교과서에 나온다. 연금 수혜 첫 번째 미국인이란 사실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는 백 살까지 장수하면서 엄청난 이득을 보았다. 재직 시에 단돈 25달러 세금을 냈으나 은퇴 후에 35년 동안 23천 달러를 받았다. 이는 윗대 혜택과 후대 부담을 뜻한다.

우리의 국민연금은 1988년 시행됐다. 근로 능력이 사라졌을 때 정부가 생활 보장을 위해 지급한다. 당연히 누구나 오랫동안 타기를 원한다. 문제는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납부액과 수령액 격차가 커짐에 있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세대 간의 폰지 게임’으로 지칭할 정도다.

금년부터 1958년 개띠가 노령 연금을 받는다. 베이비붐 중앙에 위치한 75만 명이다. 재직 시에 모임을 함께한 국민연금공단 지사장 조언으로 조기 수령을 택하지 않았다. 지난달 난생처음 탔으니 388개월 잉태한 인고의 수확물. 감회가 남달랐다.

종종 ‘용돈연금’이라 욕먹는 국민연금. 그것은 공무원 연금과 비유한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 탓이다. 실제론 수익률이 아주 높은 편이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반영된다. 인생 후반기 최고의 선물은 국민연금이라 여긴다. 장수 시대가 되면서 한층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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