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실행하는 것이다
나의 세상은 눈동자만 남았지

턱을 지우고 코와 입술과 뺨을 지우면
마스크

내가 확장돼
마스크를 쓰면
세상의 상처가 다 보여

마스크는 나의 의지
모두 아픈데 모두 웃었어
의사가 말했지
실패가 가장 완벽한 치료법이라고

실패한 웃음을
마스크 속에 숨겨둘게
외부를 번역하면 바이러스 맛이 나

마스크 속에
내가 되고 싶은 내가 있어
미소가 부딪쳐
당신이 버린 얼굴이 부딪쳐

마스크는
나에게 집중하는
표정의 기술

나는 표정이 많아
나는 출구가 많아


<감상> 자연은 마스크가 없어서 같은 빛깔과 표정을 보여주지 않는다. 바이러스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이 세상에서 인간은 마스크로 표정을 지우고 얼굴을 실행하지 않는다. 점점 마스크는 나에게만 집중되어 이기적인 표정의 기술을 습득하게 된다. 점점 가식적으로 변해가는 나의 모습은 모두 아픈데 나와 상관없고, “성공은 가장 실패한 치료법”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이게 된다. 외부 세계를 번역하면 바이러스 맛이 나기 때문에 자신과 전혀 상관없다고 외치면서 남을 배려치 않는 모습들은 이제 마스크 속에 가두자.(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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