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두기 지켜지며 등교 진풍경…학교, 학생 인원 분산 방안 고민

2차 개학으로 27일 전국의 고2·중3·초1~2, 유치원생이 등교하면서 안동강남초등학교 운동장에 이름표를 받기 위한 긴 줄이 이어졌다.

“늦어도 괜찮으니까 거리 띄우고 천천히 와.”

각급 학교 2차 등교가 이뤄진 27일 오전 8시 30분께 안동 강남초 운동장에는 학부모의 손을 꼭 잡은 1학년들의 긴 줄이 이어졌다.

처음 등교하는 1학년 학생들의 이름표를 받기 위해서다.

초1 자녀를 둔 권기원 씨는 “코로나 19 때문에 우려스럽긴 하지만 학습도 중요하다. 선생님들이 잘 통제해 주시며 거리도 잘 지켜주셔서 조금 마음이 놓인다”며 “생애 첫 등교를 오랫동안 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지금이라도 등교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의 거리 두기 지도 속에 이름표를 받은 학생들은 중앙현관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에 체온을 측정하기 위해 바닥에 표시된 거리 두기 스티커에 맞춰 또다시 줄지어 섰다.

실내화로 갈아 신고 현관으로 들어서자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손 소독제를 나눠 주며 손 소독하는 방법을 알렸고 그사이 열화상 카메라는 학생들의 체온을 측정했다.

25명이 앉을 수 있는 교실에는 거리 두기 차원에서 짝꿍의 개념 없이 앞뒤와 양옆의 자리를 비운 채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을 했다.

교사들도 최대한 방역에 신경을 쓰며 학생들에게 개인위생과 방역수칙을 수시로 교육했다.

김진희 안동 강남초 교장은 “아이들이 수업시간 만큼은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지도하고, 쉬는 시간에 실외서 최대한 접촉하지 않도록 교사 시야 통제 안에서 지도할 계획”이라며 “급식실에서도 마스크를 벗을 때는 지퍼백을 이용해 개인 마스크를 잘 관리하도록 유도하고 식사 후 다시 착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8시 포항여중도 차분한 분위기 속에 3학년 첫 등교가 시작됐다. 선생님들은 교문과 학교 운동장에서 학생들을 반갑게 맞으면서 손을 높이 들어 인사했다. 사춘기 학생들은 전반적으로 “(오랜만에 등교해서) 피곤하다, 집에 가고 싶다”며 농담처럼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모처럼 친구와 함께 학교생활을 한다는 생각에 옅은 미소를 보였다.

고2,중3, 초등 1-2학년 등교가 시작된 27일 오전 대구 동구 봉무동 영신초등학교 입구에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교문에서부터 본관 현관까지 인도 바닥에는 2.5m 정도 간격으로 노란색 점을 페인트로 마킹해 친구들과 거리를 두고 등교하는 것을 돕는 것이 눈에 띄었다. 현관에서는 동선을 좁힌 후 ‘워킹스루’ 방식으로 차례로 통과하면 열화상 카메라가 학생 체온이 37.5℃를 넘는지 여부를 담당 교사가 집중해서 체크하고 있었다. 얼굴 부분을 인식해 체온을 측정하는 방식인데 혹시 기계가 오류가 없도록 ‘여학생들의 앞머리를 올려 달라’고 수시로 부탁했다.

각급 학교들은 학생 간 생활 속 거리 두기와 인원 분산을 결국 어떻게 실천할지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포항여중 관계자는 “학년과 반별로 화장실 등 시설 이용에도 나눠서 분산하고, 중앙 현관문을 제외한 다른 문을 닫는 등 동선을 단순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등원을 시작한 포항의 한 유치원도 가정통신문을 통해 ‘각반별로 인원을 나눠 3팀으로 나눠 3부제를 실시한다’며 ‘이유는 등··하원 시간 혼잡 최소화와 급식 등 일상생활 속 간격 확보, 차량 소독 및 좌석 분산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긴급 돌봄 유아는 현재와 동일하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8시 대구 대곡고 앞. 교문 앞에, 교문과 건물 입구에, 건물 입구 열화상카메라에 각각 2명의 교사에 배치됐다.

예전 같으면 지각하지 말라고 ‘빨리’를 외치던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천천히 거리를 두고 이동하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연기된 등교 수업이 지난 20일 고3에 이어 27일 고2 등으로 확대됐다.

확대 첫날 대곡고는 고3은 오전 7시 50분부터 8시 10분까지, 고2는 8시 10분부터 8시 30분까지 20분 간격으로 등교하도록 했다.

고3 학생들이 속속 학교에 도착, 카메라로 체온 검사를 한 뒤 교실로 들어갔다.

등교 시간보다 일찍 온 고2 학생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이들은 교문 앞에서 대기하면서 등교 시간을 기다렸다.

김재영 학생(2년)은 “무섭기도 하지만 학교에 오고 싶어 좋기도 하다”며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으며 학교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교문 앞에 있던 교사 2명은 기다리고 있던 학생들에게도 거리를 두라고 연신 외쳤다.

그나마 일주일 전 고3 첫 등교 때보다는 조금은 여유가 느껴졌다.

다만 교사들은 쉬는 시간에 학생들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수업 앞뒤로 5분씩 빨리 교실에 들어와 관리하고 있지만, 복도로 나가는 학생까지 신경 쓰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2학년이 등교하면 분반을 통해 거리 두기를 실현해야 하는데 이 경우 복도에서도 감독이 이뤄져야 해 부담이 적지 않다.

오승환 수학 교사는 “학생들이 잘 따라줘 적어도 학교 내에서는 마스크 없이 생활하는 학생을 보지 못했다”며 “학습 등 주 업무 이외에도 업무가 가중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또 “안전 도우미 등 추가 인력이 빨리 투입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학근 교감은 “지역에 상관없이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만 들려도 걱정이 된다”며 “학교 밖 일은 전혀 알 수가 없고 학교 역시 감염 위험이 큰 시설인 만큼 경각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현목, 손석호, 이정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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