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코로나19 대응 조선업계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연합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자동차와 조선, 건설 등 전방산업 부진이 이어지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사실상의 감산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간 가운데 지역 중소철강기업들이 생존경쟁에 나섰다.

특히 철강산업의 가장 큰 수요산업인 조선업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선박 발주 급감과 중국의 조선시장 확대 등 이중고가 겹치면서 조선관련 중소철강업체들이 자칫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한국 조선업은 지난 2014~15년 수주절벽 사태로 인해 치명적인 타격을 받은 뒤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2016년 이후 수주량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숨을 돌려 왔었다.

그러나 제대로 회복도 되기 전 코로나19 세계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공황에 버금가는 사태가 빚어지면서 다시 한번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세계 선박 발주시장은 중국의 경기부양에 따른 완만한 물동량 증가와 IMO2020 환경규제에 따른 노후선박 교체 증가 등의 긍정적인 부분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이어져 온 저유가에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유가 급락사태와 화물 물동량 급감 등으로 인해 선박 발주량도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리츠증권이 최근 발표한 ‘2020년 하반기 전망’에서 김현 애널리스트는 “현저히 낮아진 유가로 인해 저유황유와 고유황유간 투자 변별성이 사라졌으며, 미국과 유럽의 제로금리 지속에 따라 발주자의 투자 시기 지연, 10%의 수요 증발로 인한 선박가치 하방 압력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4월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114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61척)으로, 지난해 4월 183만CGT에 비해 38%나 줄어들었다.

이처럼 선박 발주량이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조선업계의 수주확대도 한국 조선업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은 과거 초대형 유조선 수주 등을 통해 세계 1위 조선업 지위를 누렸으나 중국이 선박시장으로 적극 나서면서 1위 자리를 내려 놓은 뒤 고부가가치선인 LNG선을 눈을 돌려 세계 시장의 90% 가량을 독차지했었다.

하지만 이 시장마저도 중국 조선업계가 장악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조선업계가 궁지로 내몰리고 있다.

실제 한국 조선업은 지난 2월 글로벌 수주 1위를 되찾았지만 3월과 4월 잇따라 2위로 내려앉았다.

지난 4월 수주량을 보면 전체 114만CGT중 중국이 64%인 73만CGT를 가져간 반면 한국은 20%이 23만CGT에 그쳤다.

이처럼 세계적인 선박 발주량 급감과 수주물량 감소가 현실화되자 지역 조선관련 철강업계들은 빠르면 올 연말 또는 내년 초부터 직접적인 충격이 가해질 것으로 보고 생존전략 구상으로 시름에 빠졌다.

지역 업계들은 “지난 2015년 수주절벽 상황이 제대로 회복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가 겹치면서 심각한 경영위기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실제 이들 기업은 이미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조선 물량감소에 따른 자구책 마련에 들어갔다.

A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로 인해 30% 이상의 물량감소가 예상되는 데다 특단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추가 피해 가능성도 적지 않은 만큼 조선관련 업계들은 일찌감치 대처하기 위해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구조조정 등 다각적인 대책수립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B업체 관계자는 “IMF사태는 우리 나라만의 문제였기에 수출입물동량에서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전 세계적인 코로나19사태로 인한 물동량 감소로 인해 조선관련 철강업계가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 업계는 최근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다양한 기업 지원 방안들이 나오고 있지만 조선업 등 전방산업 부진으로 위기에 내몰린 철강기업들에 대한 지원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철강협회 등은 지난 15일 포스트 코로나 산업전략회의를 갖고, 철강기업들을 대상으로 유동성 위기 정책금융 애로사항을 발굴해 정부 및 관련기관에 건의키로 하는 등 대응방안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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