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괴롭힌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종숙모를 흉기로 90여 차례 찔러 살해한 40대 조현병 환자가 항소심에서 더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대구고법 제2형사부(박연욱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41)에 대해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0년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치료감호와 1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4일 오전 7시 10분께 경북 안동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오던 종숙모(64)의 어깨와 얼굴, 목, 팔 등의 부위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90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편집성 조현병’을 앓으면서 부모와 같이 사는 A씨는 종숙모가 수년 전부터 주거지 벽 등을 두드리는 소리를 내고 자신의 머릿속에 생각을 주입해 괴롭힌다는 망상에 사로잡혔고, 아버지와 말다툼을 하다가 화를 내는 이유도 종숙모가 괴롭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조현병 때문에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다소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면서도 “범행 수법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매우 잔혹하고 범행 결과가 중대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밝혔다. 이어 “아버지 때문에 생긴 화를 풀기 위해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했고, 그동안 부모 대신 따뜻한 호의를 베풀었음에도 잔인하게 살해했다”면서 “피고인은 아무런 죄책감 없이 유족에게 한 차례도 사과하지 않고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는 점과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그 책임에 비해 다소 가벼워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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