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초원에 야생동물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흉포한 사자 한 마리가 그들의 평화를 깨트렸다. 이 사자는 날마다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며 다른 동물들을 잡아먹었다. 공포에 시달리던 초원의 동물들은 다 함께 사자를 찾아가 애걸복걸했다.

“사자 대왕님이시여! 우리는 대왕님 같은 용맹한 지도자를 모셔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왕께서 직접 먹이를 사냥하는 것은 격에 맞지 않습니다. 지금부터 폐하께서 궁궐에 가만히 앉아 계시면 우리 스스로가 폐하께서 드시기에 적합한 먹이를 갖다 바치겠습니다.”

한껏 우쭐해진 사자는 그들의 제안을 수락했다. 동물들은 매일 제비를 뽑아 사자의 먹잇감을 결정했다. 마침내 토끼가 먹잇감으로 뽑혔다. 토끼는 사자가 기다리는 저승길을 가기 전에 동물들에게 말했다. “이번에 저가 가서 여러분들을 사자의 흉측한 폭거로부터 영원히 해방 시키겠습니다.”

먹잇감을 기다리다 화가 난 사자는 늦게 도착한 토끼에게 호통쳤다. “왜 늦었느냐? 배가 고파 죽을 뻔 했다.” “오늘 제비뽑기에서 저와 또 다른 토끼가 폐하의 먹잇감으로 뽑혔습니다. 폐하의 저녁 식사에 맞춰 서둘러 오고 있는데 사자 한 마리가 튀어나와 같이 오던 동료를 잡아갔습니다. 저는 소리쳤습니다. ‘우리는 사자 대왕의 식탁에 오르게 돼 있소. 대왕 이외에는 누구도 우리를 사냥할 수 없소’ 제 말이 떨어지자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이곳에서는 내가 왕이다. 너희들이 받들고 있는 그 사자는 왕위를 찬탈한 반역자’라면서 잡아간 동료를 잡아먹었습니다. 공포에 질린 저는 덤불에 숨어있다가 오는 바람에 이렇게 늦었습니다.”

토끼의 자초지종을 듣고 난 사자는 자기 외 왕을 사칭하는 사자가 있다니 분기탱천했다. “폐하 저가 사자 있는 곳을 안내하겠습니다.” 토끼는 사자를 오래 된 우물로 데리고 가 이 우물 안에 사자가 있다고 했다. 우물 속을 들여다 본 사자가 우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자로 착각, 우물로 뛰어들었다. 사자의 운명은 그것으로 끝장이었다.

힘은 지혜를 당하지 못함을 일러주는 우화다. 당대의 책사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이 토끼처럼 국면 전환의 지혜를 발휘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