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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단] 종소리는 언어다
[아침시단] 종소리는 언어다
  • 김영진
  • 승인 2020년 05월 28일 18시 50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5월 29일 금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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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소리는 아름답고 슬퍼서 동물들이 종소리를 따라 부
르다가 언어가 되었다고 한다. 에밀레종은 쇳물을 끓일
때 어린아이를 함께 넣었다고 한다. 종소리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라 한다.

가을밤의 별들도 아름답고 구슬픈 단풍에서 나왔다. 반
짝이는 것은 수 천 년 전에 울린 종소리가 지금도 날아
오고 있기 때문이다. 종소리는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
아지는 것이라 한다. 오로지 지구를 정복하는 것은 종소
리뿐이다.

새들은 종소리가 울리면 하늘로 날아오르다가 다시 지
상으로 내려앉는다. 새들을 무리를 끌고 허공에 심장의
박동소리를 뿌리고 온다. 종은 함부로 울릴 일이 아니다.
종소리가 귀에서 걸어나온다. 종소리는 언어다.

<감상> 서양의 종은 긴 추가 혀이고, 우리네 범종은 종구(鐘口) 안에 혀가 있다. 인간의 혀처럼 애초에 종은 혀를 가지고 있기에 그 소리는 언어가 된다. 누가 당목(撞木)을 함부로 쥐고 흔드는가. 허공에 심장의 박동을 뿌릴 줄 알고, 비바람을 불러들일 줄 알고, 속세의 번뇌를 떨쳐버릴 줄 알고, 잠시 죄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할 줄 아는 자라야 한다. 곧 종소리를 들을 줄 아는 귓바퀴를 지녀야 종소리를 따라 부르고, 그 언어를 이해하고 귀에서 소리가 걸어 나온다. 같은 주파수와 심장을 지닌 소리들이 울림통을 거쳐 더 멀리 번져나가 화평하기를 고대해 본다.(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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