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노출되어 있고 물고기는 숨어 있다
새는 불안하고 물고기는 은자이다
그래서 새는 흰 구름이 되어도 좋다고 했고
물고기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들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세상이 끝난 뒤
물고기는 흰 구름이 될 수 없었다
새가 흰 구름이 될 때 물고기들은 새가 되었다
사람이 없는 어느 세상에서인가
흰 구름이 물이 될 때 물고기들은 새가 되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이 세상은
저 미래의 끝을 향해 노래하며 죽고 살며
흘러갔고
나 외에 아무도 모르는 곳에 당도했다
불안한 곳에 살았던 새들이 구름이 될 때까지
흰 구름이 망각하고 물고기가 될 때까지


<감상> 모든 생물은 물에서 태어났음에도 그 인연을 모르고 살아갈 뿐이다. 아무런 인연이 없는 것 같지만 운명이 서로 맞물려 돌아간다. 새는 불안과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욕망을 쌓는 인간의 모습과 너무 닮아 있다. 오만한 인간은 삶과 죽음의 허가증이라도 쥐고 있는 것처럼 위세를 부린다. 하지만 찾아오는 죽음은 자신만 견딜 수 있고 홀로 모르는 곳에 당도할 수밖에 없다. 새가 흰 구름이 되고 업신여겼던 물고기가 되는 것처럼 인간이 없는 세상에선 그렇게 윤회 속에 놓이고 만다. 두려움 때문에 남을 착취하는 새가 될 것인가, 순리를 따르는 물고기가 될 것인가.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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