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 접수처는 직원 없이 방치

동국대 경주병원 본관 출입구 한쪽 구석에 위치한 장애인전용 접수창구가 병원 홍보용 배너 현수막으로 가려져 있는데다, 직원 마저 없이 방치되고 있다. 황기환 기자

경주지역 최대 규모의 종합병원인 동국대학교 경주병원이 장애인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장애인 차별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난 1991년 개원한 동국대 경주병원은 8만3317㎡의 대지에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의 연면적 4만3174㎡에 379병상을 갖춘 대형 종합병원이다.

동국대 경주병원은 또한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비호흡기 환자와 호흡기 환자를 분리한 전용구역을 운영해 환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국민안심병원으로 선정되는 등 높은 수준의 관리 활동으로 경주는 물론 인근 지역민들도 많이 찾으면서 늘 북적이는 의료기관이다.

하지만 동국대 경주병원은 시각 및 청각장애인은 물론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병원을 찾는 장애인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먼저 병원 입구에서 현관까지 이어지는 공간 어디에도 시각장애인들을 안내하는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아,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시각장애인들이 접수창구를 찾는데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병원 입구에 설치돼 있어야 할 병원 안내 점자판도 없어, 시각장애인들은 자신이 필요한 진료부서를 찾는데 매번 큰 곤혹을 치르고 있다.

특히 동국대 경주병원은 본관 출입구에 위치한 외래객 접수대에 장애인전용창구를 별도로 설치했지만, 일반 창구 제일 가장자리 안쪽 구석에 설치해 제대로 눈에 띄지 않도록 했다.

더군다나 장애인전용 접수처에는 전문 직원이 아예 없는 데다, 입구마저도 병원 홍보용 대형 배너 현수막으로 가려져 있어, 마지못해 마련한 형식적인 시설로밖에 볼 수 없는 상태로 방치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지역 장애인단체들은 언제든지 누구나 아프면 찾아가는 곳이 병원이지만, 장애인들은 진료받기 위해 찾아간 병원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어, 동국대 경주병원이 법과 제도를 뛰어 넘는 관심과 사랑의 배려가 더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모(60·지체중증·경주시 현곡면) 씨는 “장애인접수처는 신체적 불편한 장애인들이 접수 때 오래 대기할 수 있고, 휠체어를 타면 기존 접수대가 구조상 맞지 않기 때문에 따로 만드는 것”이라면서 “동국대 경주병원이 제일 안쪽 구석에 설치한 후 가동도 하지 않는 것은 이러한 취지를 이해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병원의 편의적인 행정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동국대 경주병원 관계자는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해 수시로 보완을 하고 있지만, 일부 미비한 시설에 대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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