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낮은 몸을 만드는 것이다

으르렁거리는 개 앞에 엎드려 착하지, 착하지, 하고 울먹이
는 것이다

가장 낮은 계급을 만드는 것이다, 이제 일어서려는데 피가
부족해서 어지러워지는 것이다

현기증이 감정처럼 울렁여서 흐느낌이 되는 것이다, 파도
는 어떻게 돌아오는가

사람은 사라지고 검은 튜브만 돌아온 모래사장에…… 점점
흘려 쓰는 필기체처럼

몸을 눕히면, 서서히 등이 축축해지는 것이다

눈을 감지 않으면, 공중에서 굉음을 내는 것이 오늘의 첫
번째 별인 듯이 짐작되는 것이다

눈을 감으면, 이제 눈을 감았다고 다독이는 것이다

그리고 2절과 같이 되돌아오는 것이다



<감상> 저녁이라는 감정은 신적인 존재쯤이라도 되나. 애초에 계급이 없었고 가장 낮게 오는 존재가 아닌가. 인간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착하게 만드는 존재가 아닌가. 오래된 기억은 되살아나고, 미래의 시간은 오늘의 시간으로 당겨올 것 같은 저녁의 감정. 인간의 감정이라는 게 사라지고 되돌아오는 파도처럼, 2절과 같이 되돌아오는 후렴구처럼 피어나는 게 아닌가. 저녁은 그렇게 슬몃슬몃 축축한 등을 다독이며 오는 것이 아닌가. 언제나 찾아오는 감정의 풍랑 속에서 한 숨 푹 잠잘 수 있는 저녁이 왔으면.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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