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2020년 5월 7일과 25일, 이용수 위안부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할머니의 주장을 정리하면 정의연 전 이사장인 윤미향 국회의원이 정부지원금, 지자체 보조금, 국민과 기업의 성금 및 기부금을 부정하게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후 언론의 취재 과정에서 ‘피해자 지원 소홀’ ‘공시 누락’ ‘쉼터 업계약’ 등 관련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최초 해명부터 5월 29일 기자회견까지, 윤미향은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회계상 실수가 있었을 뿐이고, 쉼터를 매입할 때 업계약은 없었다”는 것이다. 지지자들과 민주당은 윤미향을 옹호한다. 잘잘못이 아니라, 힘의 논리로 흘러가는 분위기가 될까 우려스러워지는 상황이다.

언론의 보도를 보면 2016∼2019년 정의연에 지급된 보조금은 37억 원 이상인데, 국세청 홈택스에 올린 ‘공익법인 공시 서류’에 ‘보조금 지급 항목’은 0원으로 되어있다. 성금 및 기부금 누락은 여기저기 퍼져 있어서 집계조차 되지 않는다. 정부와 지자체 지원금은 공모사업이기 때문에 공시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회계과정을 바로잡으면 되지만, 누군가 착복했다면 범죄가 된다. 성금은 예산 항목에 포함되어야 하지만, 빠졌더라도 단체의 목적에 따라 집행했다면 문제가 없다. 물론 누군가 착복했다면 범죄다. 기부금은 기부자의 의사대로 집행되어야 한다. 목적을 벗어났다면 반환하면 그만이지만, 누군가 착복했다면 범죄가 된다.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매입한 ‘위안부 쉼터’도 도마 위에 올라 있다. 2013년 경기도 안성에 있는 2층짜리 단독주택을 7억5000만 원에 매입했는데, 당시 시세는 절반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20년 5월 23일 이 주택이 4억2000만 원에 팔렸다는 사실이 이러한 의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문제는 2가지이다. 하나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접근할 수 없는 촌구석에 쉼터를 마련한 것은 기부금의 목적에 반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기부금을 반환하면 그만이다. 속아서 비싼 값에 구매했다면, 역시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나 매매가격을 부풀려, 차액을 정의연이나 윤미향이가 되돌려 받았다면 업무상 배임이 된다.

정의연과 윤미향을 향한 고발은 10건 이상이다. 검찰은 정의연 회계 담당자를 2차례 조사했으며, 윤미향도 조만간 소환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사퇴하던지 말든지는 본인이 결정할 사안이다. 어차피 법원에서 유죄가 나오면 자동으로 의원직을 상실하고 무죄가 나오면 유지한다. 민주당이 제명할 것인지 말 것인지도 그들의 자유다. 무죄를 확신하고 여론을 극복할 수 있다면 그대로 가는 것이고, 유죄확신이 들고 국민의 의사를 무시할 수 없다면 제명하거나 본인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다. 윤미향 본인이 해명하고 지지자들이 윤미향을 옹호하면서 지지여론을 확산시킬 단계는 이미 지났다는 의미다.

윤미향 지키기가 도를 넘고 있다. 이용수 할머니를 만신창이로 만들면서 윤미향을 비교우위에 두려는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신문기사의 댓글과 SNS를 분석하면,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비난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진작 폭로하지 왜 지금이냐?” “20대 총선에서 자신은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자가 되지 못했는데, 윤미향이 국회의원을 하니 배가 아프냐?” “친일세력의 사주를 받았다” “노망났다” “가족에게 재산을 물려주려는 노욕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진짜 위안부 피해자 맞나?” 지지하는 정치인을 지키려는 반응은 자유다. 그러나 그러한 자유가 다른 사람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면, 그건 방종을 넘어 공동체를 해체하려는 시도에 들어간다.

정의연과 윤미향의 문제는 진영의 논리가 아니라, 유무죄를 분별하는 문제다. 어쨌든 공시 누락, 피해자 지원 소홀, 쉼터 비싼 값 매입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횡령이나 배임이 있었는지는 검찰 조사와 법원판결의 몫이다. “정의연이 무너지면 30년 활동의 업적이 사라져, 일본을 대적할 시민단체가 소멸한다”는 논리는 선민사상이다. 정의연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된다. 정의연이 존재가치가 없다면, 다른 단체가 대체하면 그만이다. 가장 걱정되는 점은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공격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국가의 힘’이 약한 시대에 태어나 온갖 고초를 당한 피해자다. 이분의 발언이 과했더라도, 따스하게 보듬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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