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 유리벽에 제 입술을 빨판처럼 붙이고
간절히도 이쪽을 바라보는 놈이 있다

동해를 다 빨아들이고야 말겠다는 듯이
입술에다 무거운 자기 몸 전체를 걸고 있다

저러다 영원히 입술이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
유리를 잘라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시라는 게, 사랑이라는 게
꼭 저 입술만하지 않겠는가


<감상> 갇힌 세상에서 자신만의 우주를 담으려는 게 시인이다. 갇힌 수족관에서 동해를 다 빨아들이고야 말겠다는 기고만장한 열정을 지닌 사람이 시인이다. 그 꿈은 너무나 멀어서, 자주 실패하여서 언제 이룰 지도 모른다. 유리에 붙은 입술마냥 유리를 자르고 자신을 파멸하게 될 날이 찾아올 지도 모른다. 시라는 게 이렇게 절절한데, 시를 쓰는 것이 제일 어려운 일인데, 시 나부랭이나 쓴다고 말하지 말자. 그럼 당신은 언제부터 사랑하지 않았고, 시를 쓰지 않았냐고 묻고 싶다. 그만큼 모든 걸 걸어도 이뤄지지 않는 사랑처럼 시도 그렇다.(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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