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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단] 꽃과 거미
[아침시단] 꽃과 거미
  • 이 안
  • 승인 2020년 06월 03일 16시 37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6월 04일 목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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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가 꽃이 좋아서
꽃과 꽃 사이에 줄을 친 건 아니랍니다

꽃이 좋아서 찾아오는
벌과 나비를 좋아해서랍니다

그렇다고 거미가
꽃을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랍니다

꽃이 없으면
벌과 나비가 오지 않을 테니까요

꽃과 꽃 사이에
거미줄을 걸어놓고

꽃이 오래오래 피어 있기를
거미는 바라고 또 바란답니다

<감상> 꽃과 꽃 사이에 첫줄을 놓으려면 거미는 바람과 꽁지의 힘이 필요합니다. 애초에 거미는 꽃을 좋아했기 때문에 모든 걸 걸었을 겁니다. 꽃과 꽃 사이의 거리만큼 그리움의 자장이 컸을 겁니다. 꽃을 너무 좋아해서 좋아한다는 말을 한 번도 건네지 못했을 테죠. 벌과 나비를 좋아해서 찾아왔다고 둘러댔을 겁니다. 하여 가까이에 집을 짓지 못하고 꽃 사이의 중간쯤에 둥우리를 지었을 겁니다. 지금도 그대가 찬란하기를 바라면서 오래오래 바라보고 있습니다.(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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